희화적 자화상
선화과가 열려있다.
뱀은 그의 몸을 감고 손안에서 편안하다.
이미 선택하고 선택한 길을 가기로 한 것일텐데 그는 어떤 것도 직시하지 못하고
세상의 빈 곳에 눈을 주고 있다.
그리고 제목은 웃기는 자화상이란다.
모자 쓴 자화상
곧 갈것처럼 모자를 쓰고, 외투를 입고...
어디로 갈까
뒤를 보라 그가 꿈꾸는 곳이 어디인지,
지금 그가 원하는 곳을 배경으로 그려놓고서 앉아있다.
아마 다음에... 언젠가...
캔퍼스 앞의 자화상
이건 너가 아니잖아.
화장을 하지 않았니?
너도 너의 집안에 깊이 박혀있을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더 힘없는 몰골을 하고 있는거니?
뭐가 잘 그려지지 않나보지?
심히 기가 죽어보이는데...
난 가끔 나의 그런 모습이 맘에 들기도 하는데, 너도?
황색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유다고갱, 당신을 팔았나이다.
거기 매달린 당신이 있지만,
난 언제나 보다 더 단호한 모습으로 더 각진 모습으로 당신에게 등을 돌립니다.
지금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저 시간이 지나면 단호한 모습보다 더 말갛게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등을 질 수 있다는 것을 난 알지요.
악마의 얼굴은 말간 얼굴로 가면을 쓴 것에 가까워.
넌 아직 순진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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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과 나에 있어서 오늘은 기념할만한 날이다.
고갱을 미워했다.
왜?
내가 좋아하는 고흐한테 잘 해주지 않았으니까... 너무도 간단히!
이기적이잖아.
기회주의적이고...
또 타이티에서 그런 성격의 그가 했을 짓들이 뻔하지 않아.
난 착하지 않은 인간은 정말 싫어.
(삑!!!! 이유를 설명해봐! 너가 불편해서잖아)
관계개선
이해
관계에서 주체는 나의 마음
(비슷한 인간을 만난 거지?)
컴안에 저장되었던 그림 파일들을 보다가 고갱의 파일을 열었다.
그를 만날 생각이었다기 보다는 그의 그림 몇 점을 내가 저장했을까 궁금해서였는데,
몇 개는 있군 하고 파일을 닫으려는데
같이 생긴 남자가 똑같은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야?
고갱이다. 자화상이지.
(오늘 너 고갱의 얼굴과 무지 닮은 거 알어?)
그런데 그 눈빛들이 바로 보고 있는 것이 없다.
모두 비껴서 보고 있다.
외면하고 있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한 고갱은 나와 눈을 맞추지 않기 위해 곁눈질을 슬금슬금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세상과 마주 본 적 없잖아.)
그는 그 자신에게도 곁눈질을 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황색그리스도를 외면하고 있다. 피하고 있다.
이기적인 고갱이 자신에게는 적어도 피하려 하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는 완벽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고갱은 그렇게라도 고백하는데... 너는 너를 고백해본적 있어?)
세상 모두를 속이더라도
자신만은 속일 수 없다는 듯
자신에게만은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듯
눈에 힘을 빼고 곁눈질이다.
(시원했겠지? 이게 나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뭐랄까? 하고 생각하지? 사람이 뭔데?)
어쩌면 고갱은 그 양심은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정말 고갱이 그런 의도로 그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난 오늘 고갱의 자화상을 보면서 나의 자화상을 보는 듯 했다.
(너를 그리고 싶은 거겠지. 어떤 모습으로? 정직할 수 있니?)
언젠가부터 눈을 바로 뜰 수 없게 된 것.
내가 가증스러워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고갱의 자화상이 너무 낯익은 얼굴이라 잠시 머물다, 나도 저리 고백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뭘? 뭘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넌 산 것이 아니라 흘렀잖아. 바로 봐야 해)
세상의 선이라고 불리는 것에 등을 돌리고,
자신이 먹고 사는 것에 어깨의 반만 기울이고,
뭔가 이뤄놓은 것처럼 어깨에 힘은 주지만 결국 자신을 마주보지는 못하고,
그러다 그것도 안되면,
영 엉뚱한 모습으로 자신을 덮어버리고는 내가 아니다 하고 시치미떼고...
(그렇더라. 너의 안과 밖은 너무 달라. 내가 다시 너에게 찾아오기가 힘든 것을 보면 .... 너무 멀더라!)
같은 극끼리는 멀리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고백하게 한다.
고갱이 나의 가증스러움을, 그의 몸을 발돋움삼아 오늘은 넘어보라한다.
그도 넘어보라한다.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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