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어젯밤 11시까지 야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전철에서 생각했지.
이게 뭐지?
이 일이 힘들거나 어렵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맑은 정신으로 그렇지만 좀 피곤한 정신으로 12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이게 뭐지?
하고......
그러다 생각의 단초 하나를 찾아내었다.
단초라는 것은 타당성이나 당위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사는 것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지금의 일이 생각보다 하찮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농담 삼아 나라를 위해 이렇게 애를 써 본 적이 있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나? 하고 생각해보면 아니다.
그러기에 이게 뭐지? 하는 것이다.
생각의 단초, 사리
내 몸안에 사리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자.
오직 내 몸안에서만 자라는 보석이라고나 할까?
사리나 진주나 몸안의 고통과 인내를 통해서 자체제작되는 보석이다.
몸 밖에서는 절대 생산될 수 없는, 살아있는 생물에게서만 제작생산되는 희귀품을 내 안에서 생산시킨다.
이 생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씨를 품기도 전에 포기한다던가, 항복을 하면 내 안에서 평생 발광을 내는 일은 영영 없을 것이다.
전철을 타고가면서,
굳이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늦은 시간 퇴근이라는 그 센치한 기분을 좀 더 긍정적으로 업시키는 최면으로 생각해낸 사리공법!
난 사리자체제작에 돌입이다.
사리의 씨가 잉태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라나서 언젠가 빛을 낼 즈음이라면,
그 빛은 내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겠지.
내 속에서 비춰나오는 빛은 내 살갗을 뚫고 밖으로 새어나오겠지.
그런 내가 마치 빛을 내는 램프처럼 빛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 빛의 밝기 또한 지금의 고통을 통해서 좀 더 크게 넓게 깊게 만들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기쁘게 잘 지내리라 생각해본다.
햇살이 아주 멋진 날이다.
점심시간에 잠깐 바깥으로 나갔다.
햇살을 받으며 나도 언젠가는 햇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누군가에게 빛을 주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안에서 빛나 나 한 몸 정도는 자가발전하여 따습게 지낼정도는 될 것이라며 ... 기분이 좋았다.
돌아오자
디자이너와 출력실의 파일버전이 맞지 않아 에러가 난 필름 재작업을 의뢰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읽을 원고도 없네....
기다림.
간만에 기다리다가......
간만에 대낮에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피에스:
시는 왜 안 읽히는거지?
멀어지지마!!!!! 붙잡고 싶다.
시를 읽을 때의 그 촉촉해지던 맘이 절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내 곁에 머물러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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