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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당위성

by 발비(發飛) 2007. 6. 1.

당위성

 

내게 수많은 당위성을 부여한 날.

내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부여한 날.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나를 추적해가며 당위성을 부여한 날.

당위성만이 나를 나로부터 구제할 유일한 해결책인 것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한 날.

난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른 몇 가지의 이유를 만들고 있다.

 

한 시인이 말했다.

너가 언급하지 않았으니 넌 나를 삼류로 아느냐?

난 생각했다.

다만 당신을 만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미 당신을 만났으니 당신을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한 시인이 말했다.

넌 문창과 신입생과 같은 눈을 갖고 있어.

난 생각했다.

문창과 신입생은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지요. 하지만 난 내 눈으로 한 세상을 보고, 시인들의 렌즈를 빌어그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고 살아요.

 

 

이것 또한 당위성 아닌가?

내가 나에게, 혹은 나 아닌 사람들에게 그럴 수 밖에 없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

 

내내 생각했다.

나에 대해서 생각했다.

난 무엇을 꿈꾸고 난 무엇을 꿈꾸는 것에 대해 ... 얼마나 홀로인 것이 가능할까?

 

어둡다.

가라앉는다.

음악이 듣고 싶다.

미치도록 음악에 맞춰 몸부림치고 싶다.

우드스탁의 기운이 남아있다.

 

그런 충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싶은 것, 당위성을 찾아 ......

행복이라는 것을 누구에게 약속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선택이 내 삶 전체를 두고 당위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으면 한다.

 

당위성!

 

난 그를 우드스탁에 남겨두고 나왔다.

우리 모두는 그를 유기했다.

우리 모두는 그가 유기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유기의시간을 코앞에 두고도,

난 낱낱이 떨리는 한 땀 한 땀의 기타소리에 겨우 엮어놓은 나의 영혼이 뜯겨나가고....

영혼은 연줄이 끊어진 연처럼 저 멀리로 날아가고.....

우드스탁 문 앞에는 사람들이 우드스탁과 관계없이 우드스탁 문 앞을 왔다갔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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