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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듣는 曰(왈)

추석 축문

by 발비(發飛) 2006. 10. 6.

乙酉年 秋夕에 孝孫 憲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 아버님墓所에서 삼가 告하나이다.

節侯가 바뀌어 八月 秋夕이 되어 封墳을 바라보니 그리운 정을 끊을 길이 없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가족묘지 주변을 보기 좋은 꽃나무들로 심어 가꾸어

때로 눈요기를 하실 수 있게 만들고 있으니 기다려 주십시오.

 

어머니의 여든셋 생신을 경기도 제부도에 있는 별장에서 자손들 30여명이 모여 축하를 하였습니다.

작은 아버지는 올해 古稀를 맞이하여 아들 憲律이가 미국에 있어 큰 잔치는 못하였으나 건강하시고,

孫子 憲律이는 美國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가 되어 귀국해서

여름방학내 憲律이 내외와 똘똘하게 크고 있는 진교와  온가족이 여름을 잘 보냈답니다.

素映이는 100여일 넘는 기간을 인도 네팔 등을 두루 여행하고 왔답니다.

증손자 昇峻이와 赫埈이는 좋은 職場에 就業하여 勤務하느라 추석에도 못 내려왔으니 살펴주십시오.

 

손자, 손녀들이 모두 자기들 생활에 열심히 잘 일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항상 살펴주신 陰德이라믿습니다.

 

이 좋은 날에 삼가 잘 빚은 술과 여러 가지 飮食을 정성스레 장만하여

할아버지 할머니께 올리오니 맛있게 잡수시기 바랍니다.

 

歆饗하옵소서

 

 

추석입니다.

 

축문은 주로 한문으로 되어 있기에 그저 한 가지 절차로만  생각되었는데,

이번 추석에는 큰집 큰 오빠께서 새로운 시도를 하였습니다.

축문을 한글로 쓰셨습니다.

 

작은 오빠가 축문을 읽으시는데, 기분이 이상해졌습니다.

그냥 절차가 아닌, 하늘을 주소로  둔 할아버지 할머니께 편지를 쓴 것이었습니다.

가족들 하나 하나의 안부를 하늘에다 전했습니다.

모두들 형식이 바뀐 축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조상이란,

저 너머 세상 혹은 존재에 대해 느낄 수 없는 무생물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범위안에 함께 숨쉬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소를 돌아나오면서,

어제 덧 심은 잔디에 어제와는 다른 맘으로 물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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