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6월 14일
내가 곧 서른아홉이 된다.
시간은 어느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는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을 게릴라로서 내 미래에 대해 깊이 성찰한다.
그러나 당장은 '타협하지 않겠다.'라고 결심했다.
해발고도:8백 40미터
볼리비아 작전지에서 쓴 일기다.
그 때쯤의 일기들이 대부분 게릴라군내의 상황, 국외상황에 대한 메모가 대부분인데 비해.
이날의 일기는 좀 달랐다.
앞뒤의 며칠 일기에는 천식때문에 고생한 언급이 있을 뿐이다.
이 일기를 쓴 날,
난 태어난지 백일이 채 안된 아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난 지금 그가 이 일기를 쓴 나이가 되었다.
시간은 어느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는다.
-그가 문득 오늘 아침 내게 와 서 말했다. 어느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는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한 세상이 공평해진다.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하게끔 해준다. 왜? 시간은 어느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으니까......
당장은 '타협하지 않겠다.'라고 결심했다.
-당장은 타협하지 않겠다. 지금 당장은 아니다. 나에게만 시간이 빨리가는 일은 없다. 모두 같다. 당장은 타협하지 않는다. 누구와의 타협? 나와 어떤 타협에도 당장은 물러서지 않겠다.
읽을 책을 챙기다가 걸린 [체게바라 평전].
책장을 후루룩 넘기다가 걸린 내가 태어나던 해의 일기 한 편.
그가 오늘 아침 내게 건넨 말이다.
"시간은 어느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는다.
(......)
그러나 '지금 당장은 타협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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