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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듣는 曰(왈)

대질. 톨스토이와 그의부인

by 발비(發飛) 2006. 10. 30.

앞서 소개한 두 책을 읽으며 마치 대질심문을 하는 듯 했던 두 이야기이다.

 

'또 다른 나에게로 가는 일기'라는 책에는 톨스토이의 부인인 소피아의 일기가 실려있었고,

'죽음을 그리다'라는 책에는 죽음을 맞은 톨스토이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소피아의 일기

 

1월 17일

(.......)

그러면서도 그에게 매달렸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나에게 두려움을 준다. 그를 보고 싶어 하는 감정이 날로 커져만 가는 지금, 그로 하여금 나와 같이 있었으면 하는 욕망을 항상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내 그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지금은 앉아서 일기를 쓴다. (......)

 

톨스토이의 죽음

 

1910년 10월 31일

 

그가 죽기 일주일 전이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죽음을 맞기 위해 자신이 오랜 시간을 보냈던 야스나야폴랴나로 몰래 떠나면서 딸에게 편지를 남긴다.

 

"아빠는 서둘러 떠난다. 무서운 네 엄마가 날 찾지 못하는 곳으로."

 

아내 소피아는 남편이 가출(?) 한 사실을 알고는 몇 번이나 연못으로 뛰어들고, 구조되고 남편을 찾아다닌다.

 

톨스토이는 그의 죽음 하루 전날에 자신의 아들에게 말했다 한다.

 

"나는 진리를 사랑해... 아주 많이..... 나는 진리를 사랑해." 라고

 

.....................................................

 

그들은 50년이 훨씬 넘는 결혼생활을 했다.

톨스토이와 그의 아내 소피아는 13명의 아이를 두었다.

 

톨스토이를 너무 사랑해서 집착이상의 것을 보인 소피아, 그런 소피아의 맘과는 달리 자신의 세계안에 있는 진리를 사랑했다는 톨스토이. 그의 말년에는 구도자의 삶을 스스로 지향했다는데.....

그들은 지금 둘 다 이 세상에 없다.

그럼 둘 다 저 세상에 있다는 결론인데, 그들은 지금쯤 어떤 구도일까?

 

사랑한다는 일은 역시 일방통행이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해도 그 사랑의 모양은 분명 다르다.

서로가 닮아서 사랑할 수 있어도 그 사랑의 빛깔은 분명 다르다.

그들이 선 자리가 다르므로 빛깔은 다른 것이다.

 

누구는 빛깔의 빈자리를 메웠다하고,

누구는 이미 그건 가졌다하고,

누군 그 사랑은 내게 너무 지나치다하고,

누군 아직 채워지지 못했어라고 말하고,

 

우습고도 슬픈일이다.

어쩌면 그래서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어긋남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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