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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기행일기-20

by 발비(發飛) 2006. 9. 24.
2006/ 08/ 23/ 수

밤새 모기와의 전쟁이다.
무 기력하다.
잠이 오는데 모기는 자꾸 붙는다.
온 몸이 끈적거리니 모기가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손에 버물리를 들고 자면서 모기가 물 때마다 버물리를 바르면서 잔다.
자도 자도 아침은 오지 않았다.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온갖 꿈을 꾼다.
별꿈을 다 꾼다.
난 여전히 어느 집 생활을 하고 있고, 난 여전히 그들과는 분리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난 여전히 그 분리에 대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살고 있었다.
아직도 덜어지지 않는 무게가 나에게 있는 것이 분명하다.
몇차례 꿈을 꾸고 또 꾸고.... 난 일어나기로 결정했다.
물이 나오지 않았다.
어젯밤 온 몸에 바른 버물리의 끈적함과 땀의 끈적함이 그대로인 아침이다.
오늘은 라호르의 유적지인 라호르 포트를 갈 생각인데,
그리고 혹 기운이 남는다면 올드시티에도 가 볼 생각인데
더 덥거나 덜 덥거나 아마 같은 더위일 것이다.
라 호르포트를 다녀왔다.
그 곳을 다녀오고서야 파키스탄이 무굴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나라였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인도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성들과 닮았다.
무스크의 양식 또한 같다.
타즈마할과 아그라포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들이 같은 나라임을... 같은 나라가 분리되었다.
더 울까 걱정했는데 날이 시원했다.
날이 시원하다 싶더니,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선명해진다.
하늘은 점점 흐려지는데 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물이 빛으로 변한다.
반짝이기 시작했다.
태양의 반사가 아니라 물이 스스로 빛을 모야 새로운 빛을 만들어 성을 비추고 있다.
선명히 드러나는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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