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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기행일기-5

by 발비(發飛) 2006. 9. 24.

2006. 6.13

리쉬케쉬. 이 일대는 모두 사원들이다.
사원들의 대부분에서는 요가수행을 한다.
관광객들은 요가를 배우거나 사두를 만나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리는 날,
낮에 들른 저먼베이커리 주인은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다.
코리아.
사우스 코리아?
그렇다.
오늘 축구가 이기길 바란다.
오늘이라구?
'오늘이구나' 숙소에 있는 티비는 고장이다.
빨간 옷을 입고 그 곳으로 몇 몇 인도인과 이스라엘 한 사람과 축구를 본다.
이렇게도 없을까. 한국사람은 리쉬케쉬에 내가 알기론 단 두 명 둘이서 맘을 모으기로 한다.
경기가 시작되고 좀 잘 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기회가 올 때마다 나와 같은 한 숨과 신음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인도인들은 우리와 같이 코리아를 응원하고 있었다.
토고가 골을 넣고, 긴장, 그리고 걱정....
우리는 마치 섬처럼 간절함이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아 떨린다.
이래로 지면 안되는데 전반이 끝나고 잠시 휴식시간, 난 옆의 서점을 둘러본다.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후반이 시작된다......



-지금 너에게

난 지금 남모르는 수치심에 휩싸였다.

온통 너의 생각뿐이었으나, 너를 만나지 않기로 했다.
너를 생각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냥 고독과 만나기로 했다.
더 이상은 너의 포로가 되지 말고,
 고독과 함께, 고독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숨을 쉬고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다.
난 고독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온 정신을 다 쏟았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난 고독 안에서 숨 쉴 수 없었다.
한 순간이었다.
단 한 번 숨을 길게 쉬고 나니, 나의 결심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시간을 만약 되돌린다면, 아직도 숨을 얇게 나눠 쉬고 있다면,
 난 아직 고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난, 너에게 나를 다시 보냈고, 난 너와 함께 할 수 없고 고독과도 함께 할 수 없는 섬이 되어버렸다.

너에게도 고독에게도 수치심을 느낀다.
 
이대로 계속될 수 없는데, 너도 고독도 나 자신도 아닌, 시간만이 흐른다.
바로 이것이 나로 하여금 수치심을 일으키게 한다.
 
수치심을 가지고 있는 난, 이 곳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둘 모두에게 구속되었다.


리쉬케쉬에서 흥분된 날이었다.
축하도 받은 날이었다.
그 사이 사이 끼어드는 나 그리고 ......때문에 리쉬케쉬를 떠나기로 했다. 그저

요가를 수련하는, 말하자면 도를 닦는 곳에 와서 무너졌다. 그냥 갑자기 떠나기로 한다. 내일.......
사람은 역시 어떤 것이 자신에게 무엇으로 다가올런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난 내가 원하는 대로 하기로 한다.
지금 여행 중에는 내 맘이 시키는 대로.. 주인이 시키는대로....

아! 그 말!

"나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주인도 되고 싶지 않다." 링컨이 한 말이라는데, 그저 내 맘대로.
"나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 주인도 되고 싶지 않다. 그냥 흘러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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