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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최인훈] 회색인 중에서

by 발비(發飛) 2006. 6. 25.

"닻을 내린 배는 영화를 누린다.

배는 원래 바다에 있어야 할 것이다.

해도를 따라서 배는 숨쉬고 땀을 흘리며, 헐떡이면서 일해야 한다.

고래를 상대로 아슬아슬한 싸움을, 먼 나라의 항구로 재화를 나르고,

여러가지 꿈과 야심과 슬픔을 지닌 손님을 날라야 할 것이다.

그런 항로에서 그는 항구에 닻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닻을 내리는 것은 그런 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배에도 여러종류가 있기때문이다.

적을 기다리면서 해협에 정박한 함대는 숨을 죽이고 잔뜩 흥분해서 상선을 기다리고 있는  해적선

혹은 상처를 안고 기어든 배, 짐을 풀지 못해서 오랜 발이 묶인 화물선...,

런 배들이 내린 닻은 다 의미가 다르다."

-최인훈, 회색인 중에서

 

 

닻을 내린 선박이다.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지만, 닻을 내리고 항구를 지키고 있는 선박인 것이다.

 

난 정박했다.

 

내게 떠남은 정박인 것이다.

 

적을 기다리며 숨은 것이다.

여기저기 상처를 안고 치료의 순서의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직 짐은 풀지 못하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가장 멀리 움직이고 있지만, 정박!

 

최인훈의 "회색인"

그 안에서 찾은 나이다.

 

회색인인 내가 정박중이다.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도 난 기다리는 중이며,

상처를 내고 있지만, 치료를 기다리는 중이며,

떠났지만, 떠날 준비를 하는 중이다.

 

지금 꼼짝않고 항구에 정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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