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見聞錄

다시 떠날 준비

by 발비(發飛) 2006. 6. 25.

마날리는 여행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곳이며,

아마 가장 많은 말을 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일단은 이동부터 함께 하였습니다.

항상 인도인도 아닌 그렇다고 한국인도 아닌 제3국 사람들과 함께 움직였었는데,

이번 마날리에서는 함께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내내 함께 했습니다.

 

그들 중 한 명만 남겨두고 모두 내일이면 델리로 돌아갑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도 있고, 델리에 남아 공부를 하는 친구도 있고, 다른 나라로 이동하여 좀 더 여행을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는 며칠동안 참 편했습니다.

한마디 말을 할때마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농담이나 야설을 자유롭게 오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떠난다기에 저도 떠날 준비를 합니다.

그들이 떠난 뒤, 좀 더 시간을 보내도 되지만 함께 한 자리를 보는 것은 별로입니다.

다시 돌아와 있는 한이 있더라도 그저 떠날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인도에서 떠나려고 마음 먹었다고 해서 금방 떠나지지는 않습니다.

오늘 삼나무 숲을 지나 뉴마날리로 버스표를 알아보기 위해 다녀왔습니다.

마날리와 레구간이 좀 위험한 구간이고, 여름 한 철만 길을 틔워놓는 곳이어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짚으로 이동을 합니다.

자금 압박때문에 공영버스를 알아보러 간 것인데...

7월 1일부터 정상 운행을 한다는군요.

할 수 없이 짚으로 가야하는데...

짚의 기사가 한 번도 쉬지 않고 22시간을 운전을 하거나

아니면 1박2일코스로 중간에 하루 쉬었다 가야 하는 정말 먼 구간입니다.

가격차이가 엄청납니다.

그것도 한 대의 짚에 몇 명이 타느냐도 차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래서 오늘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뾰족한 답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짚으로 이동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중간에 어느 곳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다시 출발해야 하는 것이 싫다는 느낌만 있습니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부터 고산증세를 느끼게 된다는데...

좀 떨리기도 하고

이제 좀 쉬어서인지 몸을 괴롭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항상 새로운 자리로 이동을 할 때는 설레임과 공포를 같이 동반합니다.

지금 다시 떠나려고 몸을 들썩이는 시간이라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고 있는 중입니다.

내일 다시 뉴마날리로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뭔가 다른 이동 수단이 있는지를 알아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차선과 차차선을 만들어두고

인도의 북단으로 갈 차비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준비를 시작한 시간, 며칠 뒤면 자리를 뜨게 될까요?

델리에서는 3일만에 자리를 떴고

바라나시에서는 6일만에 자리를 움직였었는데...

마날리는 나를 며칠이나 잡아둘런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마날리 숙소에 앉아 마주한 설산을 바라볼 뿐입니다.

'見聞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h로 출발합니다  (0) 2006.06.28
25년 감각을 찾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0) 2006.06.28
[최인훈] 회색인 중에서  (0) 2006.06.25
도시락  (0) 2006.06.25
시간  (0) 2006.06.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