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이 성철을 두번째 만난 것은 당시 진주사범학교2학년이었으니까
요즘으로 치자면 사춘기여고생때였다.
일사후퇴때 서울에서 내려와 진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일찍이 아버지에 대한 인상이 씁쓸했던 수경은 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함께 천제굴로 갔다.
수경은 할머니를 따라오긴 했지만 천제굴로 들어서기가 내키지 않았다.
수경은 천제굴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할머니가 반찬거리를 다듬는 감나무 주위를 맴돌았다.
할머니가 성철에게 인사하라고 등을 떠밀었지만 마음이 우러나지 않았다.
"수경아 퍼뜩 인사 올리그래이"
"인사드렸어요"
"그게 무슨 인사고? 마루로 올라가 큰절 올리그래이"
"됐습니다"
수경은 이미 수년이 흘렀건만 성철에 대한 반감이 여전했던 것이다.
수경이 마루 끝에 걸터 앉자마자 성철이 한 마디 툭 던졌다.
"참 못 됐다"
성철은 수경의 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수경은 '참 잘 아신다.' 하고 놀라면서도 모른 척했다.
수경이 마루로 올라가 큰 적을 하고 나자 성철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니는 무엇을 위해 사느냐?"
"행복을 위해서 삽니다."
사춘기 여학생들의 주된 관심사는 행복과 사랑이었다.
수경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성철은 '네가 찾는 행복은 진짜 행복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표정을 짓더니 잘라말했다.
"행복에는 영원한 것과 일시적인 것이 있다."
"스님,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허허허."
성철의 웃음소리에 수경은 아버지에는 응어리가 풀림을 느꼈다.
"어떤 것이 영원한 행복입니까?"
"부처님같이 도를 깨쳐서 생사해탈하는 것이 영원한 행복이다."
"어떤 것이 일시적인 행복입니까?"
"이 세상 五欲의 낙을 얻는 것이 일시적인 행복이다."
오욕이란 다섯가지 욕심으로 재물욕, 명예욕, 식욕과 수면욕, 그리고 색욕을 말함이었다.
순간 수경은 성철 앞에서 맹세를 했다. 자기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스님, 저는 영원한 행복을 위해 살겠습니다."
여기서 성철은 수경에게 화두를 준다.
' 삼 서 근'이라 불리는 마삼근 화두를 준 것이다.
수경은 당장에 영원한 행복을 얻는 것처럼 기뻤다.
이 일이 출가의 씨앗이 되었다.
"스님, 학교에 가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성철은 수경을 받아주지 않았다.
"작은 일이라도 끝을 마치지 않으면 큰 일 또한 끝을 맺을 수 없는기라. 그러니 졸업은 해라."
--정찬주작 "자기를 속이지 말라" 중에서
수경은 성철스님의 딸인 불필스님입니다.
딸에게 행복론을 이야기하십니다.도를 깨달으신 스님이시겠지만,
딸에게 말씀하신 행복론은 아주 절실한 맘일거라고 생각됩니다.
딸인 듯 듣습니다.
일시적인 행복
오욕의 낙을 얻는 것이라. 오늘을 돌아보고 어제를 돌아봐도 오욕에 지배되지 않는
단 한순간도 없는데....
영원한 행복
생사해탈을 하는 것이라는데, 생사에서 벗어난다. 도를 깨쳐서.....
이 생에서 하지 못하면 영원한 행복은 담 생으로
담 생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면 다시 담 생으로
영원히 일시적인 행복만을 생각하다가 빙빙.
안동 부모님댁에 왔다.
아버지의 책상에 놓인 책을 뒤적이다, 딱 걸린 것! 행복이다.
아침 동생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행복을 말했다.
우리 모두 각자의 행복만을 생각하며 살자고....
타인의 행복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진정한 행복만을 위해서 노력하자고.
그것이 우리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성철스님은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구나.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욕..............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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