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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김홍희 사진작가와의 만남

by 발비(發飛) 2006. 5. 6.

 

 

처음 그 곳에 들어섰을때

난 이 곳에 온 것을 잠깐 후회했었다.

 

시를 읽는 사람은 시인들이고

그림을 보러 다니는 사람은 화가들이라더니

사진전을 보러 오는 사람은 모두 사진작가같았다.

 

하나같이 커다란 카메라를 하나씩 들고 있더란 말이지.

뭐야? 전문가 집단이잖아.

 

그리고 서로들 모두 아는 사이같더란 말이지

뭐야? 조직이잖아.

 

그래도 버티자. 그럼서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김홍희 사진작가

 

난 그 분의 책을 두 권을 가지고 있다.

 

방랑

나는 사진이다

 

그리고 그 분이 사진을 찍은 책 몇 권을 읽었으며, 서점에서 그 분의 다른 사진집도 본 적이 있다.

'방랑'보다는 '나는 사진이다'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아마 여기 어딘가에도 있을텐데...)

 

부산이 근거지인 분이라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전시회라 욱!하며 간 것이다.

 

저기 안경끼신 분이 김홍희 사진작가이다.

사진작가스러운 외모를 가졌다.

사진작가인 분이 나타나자 셧터소리가 난리가 났다.

내가 타이밍을 놓쳐서 그렇지, 사방이 카메라였다. 좀 놀랬다.

그 분? 즐거이 멋진 포즈를 취하더라.

역시 사진작가는 사진기 앞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당연한 말인가?

 

 

강의가 시작되었다.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강의시간이었다.

모두 카메라를 꺼내라고 했고, 모두 카메라를 갖고 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카메라 검열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완전 미궁이다.

내가 아는 카메라는 캐논, 미놀타, 파나소닉.. 뭐 그건데

그게 아니다.

뭐가 어쩌고, 저쩌고. 이건 이거네, 저건 저거네, 되게 좋은데, 멋진데, 필카구나....

난 포기했다.

 

다음 단계

촬영, 인화, 현상, 뭐 이런 것들을 설명하는데, 참 나!

또 포기했다.

 

그저 열심히 들었다.

혹시 담에 어디서 듣는다면 들어본 적이나 있다고 할라고...

 

아마츄어와 전문가의 차이

 

셧터를 때리는 것과 누르는 것

포커스를 맞추는 것의 차이

노출의 차이

 

그러면서 설명해주셨다.

이해가 되려고 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몰라도 알 필요가 없어도 알고 나니 좋더라!

 

 

 

그리고 모두들 실습에 들어갔다.

"카메라를 꺼내세요."

모두들 댓다 큰 카메라를 꺼내든다.

셧터누르는 연습이다.

"하나 둘 셋 하면 누르세요."

아마 스무번 이상을 눌렀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그 소리가 거의 동시에 나야 한단다.

그렇게 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반셧터사용해서 어쩌고 저쩌고...

근데, 난 그들의 표현을 빌자면 똑딱이 디카를 갖고 있었으므로

(아마 그 전시실에 두 명 정도 있었을것이다.)

그것가지고도 연습이 가능했다. 즐거웠다.

 

다음 차례

카메라를 흔들리지 않게 드는 방법이다

팔꿈치를 명치에 대고 카메라를 이렇게 받치고.... 모두들 따라하란다.

다른 사람들이야 커다란 카메라를 가지고 받칠 것이 있지만,

나의 핸드폰만한 디카는 어찌하란말인지.

그래도 나 그렇게 따라했다.

카메라의 크기에 상관없이 안정감이 있더군!

또 즐거웠다.

 

 

질문 대답시간!

나 질문했다.

"포토에세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재미있다고 생각해요.어쩌고 저쩌고...."

 

난 개인적으로 아주 멋진 사진옆에 제목만 달랑 있는 사진집을 보았으면 싶다.

왠지 사진에 글이 많이 붙어있으면

사진에 부족한 어떤 설명을 하는 듯해서

그것이 예술이라는 쟝르로 넘어서기 힘든 걸림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질문했다.

 

멋진 회화작품에 설명글이 붙어있지 않듯이

매그넘 사진집에 설명이 붙어있지 않듯이

어떤 이야기가 붙지 않고도 그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사진집이

하나쯤 있었으면 싶었는데 이 분은 재미있단다.

 

그건 당분간은 포토에세이필로 가시겠다는 말씀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좋다.

좋은 사진을 볼 수 있다면야 형식이 무슨 상관?

 

 

나,질문했다.

"사진 인화지를 좀 특이하게 사용한 것은 회화적인 느낌을 나게 하기 위해 일부러 하신 건가요?"

"아시네요........'

 

이번 전시회 사진에 쓰인 인화지는 마치 유화의 캔버스같은 느낌이 나는 것이었다.

'流' 라는 이 사진전의 제목처럼

흐름이라는 주제를 가진 사진에 맞게 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했다.

 

난 생각했지.

예술이라는 것이

좀 더 예술스럽게 상승이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고흐가 물감과 캔퍼스를 구하기 위해 테오에게 내내 미안해하면서 부탁했듯이)

그저 열정이나 맘이나 재능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다.

 

사진의 질감이 이렇게 표현되었으니, 언뜻보면 그림을 보는 듯 하다.

 

 

 

멋진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을 찍는 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필름 카메라를 만지는 그의 손은 기계처럼 움직였다.

얼마나 많이 셧터를 누르고 필름을 감았으면 손이 보이지도 않도록 움직이는지.

셧터를 누르는 손이 보이지 않는지.

그리고 그의 사진에 그의 생각을 넣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을

그가 언급한 모든 이야기들이 그가 완전히 습득하고 이해한 것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가 관심있어하는 것들이 모두 사진을 위한 것이고

사진이 그의 삶을 위한 것이라면 그보다 더 보람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김홍희사진작가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는 그의 책에서 돈이 되지 않으면 어떤 사진도 찍지 않는다

그리고 사진의 값과 스스로의 값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의 말이 솔직하다고 그렇게 치부하기엔

내겐 좀 속물처럼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의 사진 옆에 붙은 사진의 가격 또한 그의 생각들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 그 곳에 간 이유는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혹은 그런 사람이 궁금했었다.

정말 그런 사람일까

아니면 나의 오해일까

그런데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삶에 대해 노력했으며, 자신에 대해 당당한가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를 인정하고 돌아왔다.

그의 사진을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를 인정하게 되었다.

난 그것이 기쁘다.

 

 

 

 

오늘도 내가 다녀온 곳에 내 발도장을 찍었다.

 

배운 것이 많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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