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임상수
주연 : 문소리, 황정민
그저 야한 영화가 보고 싶었다.
그것도 대낮에 말이다.
그래서 고른 영화 '바람난 가족'이다.
"누가 뭐래도 난 지금이 아주 좋아. 뿌듯해."
아픈 남편을 두고 바람난 시어머니 윤여정이 남편의 장례를 치른 뒤 아들과 며느리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이 이 영화를 가득 채웠다.
은호정- 문소리가 맡은 역이다.
그녀에게만 주목한다.
영화는 홍보했던 것과는 달랐다.
내가 야한 영화를 찾아 이 영화를 보았듯, 사람들은 이 영화를 야한 영화로 알 것이다.
야하다고?
아니 야하지 않았다.
야하다는 것이 무엇이지?
몸 이외에 모든 감각은 묶어두고, 몸만 살아움직이는 것이 야한 것이 아닐까.
내가 세운 야한 것의 정의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야하지 않다.
다시 그녀!
그녀는 전직 무용수, 지금은 그저 무용을 하는, 그리고 무용을 동경하는 30대 주부이다.
설정이 몸으로 말하는 무용이다.
옆집 고딩의 끈적한 눈을 눈치채자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
여자의 눈에서 빛이 난다.
여자만 있을까?
그녀에게는 입양한 아들이 있다.
입양사실을 솔직히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아들이 쬐끄만게 아주 쿨하다. 엄마를 시원하게 해 줄만큼 쿨하다.
쿨한 아들이 그녀의 남편이자 아들의 아버지로 인해(?) 살해된다.
비오는 산에 올라 "엄마가 미안해"하고 울부짖는 그녀 은호정.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움직이는 사라진 아이의 엄마.
그녀의 남편, 쬐금 나가는 변호사이다. 그는 바람을 피운다.
피워도 피워도 공허한 바람을 피운다.
그런대 그 바람?
그 바람이 아내와의 관계보다는 윗질이다.
왜?
바람을 피우는 대상과 바람만 피우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속내까지 털어놓으니까...
그러니까 바람이 아내보다 윗질이다.
이것도 바람인가?
바람이긴 바람이지.
아이가 죽었다.
그리고 우리의 은호정, 그녀는 말이다.
옆집 고삐리랑 학습을 한다.
고딩에게는 학습이고, 그녀에겐 한판 굿이다.
그 장면은 야하다. 야하지 않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문소리의 연기가 빛이 난다.
(그녀는 어느 쇼프로에 나와서 이 영화 이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잘 했다고 툭툭!!!)
그리고 그녀는 고딩의 아이를 임신했다.
남편이 찾아왔다."임신했다며? 나 잘 할께."
그녀가 말한다. "당신의 아이가 아니야."
남편이 말한다. "수인(죽은 아들)을 내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
그녀는 커다란 무용실에서 밀걸레로 날듯이 청소하고, 그녀의 남편은 마치 무용수처럼 팔짝 뛰며
무용실을 나갔다.
분명 삐뚤어진 가족들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 안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축은 은호정인듯 싶다.
포스터를 야하게 장식하고 있는 저 여자 은호정이 세상이 그나마 제 방향으로 돌아가게 하는 축!
그저 본 영화가 힘주어서 만든 어떤 영화보다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이 생각해야 할 것은 고지식한 활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첨한다.
이 영화를 보고 공감할 남자는 있을까?
도가 넘치지 않는 사람이고서야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내게 되물을테지?
"너 그런 여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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