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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아이

by 발비(發飛) 2006. 5. 3.

 

 

때 : 2006. 05.02.11시 즈음

곳 : 백병원 1층 접수대 앞 

 

나? 저 아이로부터 50미터쯤 멀리 환자대기실에 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1층 로비를 가득 채운다.

 

'무엇때문에 조그만 아이가 슬픈 것인지.'

 

아이가  작다.

마치 새처럼 작다.

사람이 아닌 것처럼 작다.

 

아이는 울다가 끄덕끄덕, 그리고 다시 운다.

카메라의 줌을 최대한 당겼다.

모니터를 통해 아이를 본다.

아이가 혹 나를 볼까 두근두근.

 

'조그만 아이야 울지 말아라.

너의 손으로 너의 눈물을 닦지 말아라.

누군가가 와서 너의 눈물을 닦아줄 때까지 너의 눈물을 너의 손으로 닦지 말아라.'

 

잠시 후, 아이가 그쳤다.

1층로비가 조용하다.

 

울지 않았다. 울음을 그쳤다.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아이가 울지 않으므로 카메라를 내려두고 아이에게서 눈을 뗐다.

 

그리고 난 진료실에서 나의 이름이 들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울음소리가 들린다.

2층으로 올라가면서 아이가 운다.

 

"주사 맞지 않을거야. 주사 안 맞을 거라니깐."

아이의 엄마는 다시 우는 아이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른이 되면 말이다. 주사가 무섭긴 하지만 그리 아픈 것은 아니란다.'

 

난 혈관에 꽂은 주사기를 통해 5캡슐의 피를 뽑았다.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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