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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인사동, 봄

by 발비(發飛) 2006. 4. 13.

 

 

"학생! 정면을 찍으세요!"

 

찻집 창문으로 보이는 등을 찍고 싶었다.

이리 저리 대어보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나에게 말을 거신다.

 

"뭘 찍어요?"

"저 불빛들요."

"근데 왜 여기서 찍어요?"

"......"

"정면을 보고 찍으세요. 난 사진 찍는 사람인데..."

 

그리고 한 20분간 길에서 사진 강의를 하신다.

그냥 디카 하나 들고 놀고 있는 나로서는 진지한 강의가 겨웠다.

 

"그냥 찍는건데요?"

"그냥이 어딨어요."

 

아무튼 그 분이 말씀하신대로 정면을 보았고, 사람을 기다렸다.

 

그러고보니, 정면승부를 한 적이 별로 없었던 듯 하다.

 

 

 

 

빨간 자켓을 입은 외국인 부부를 보자,

문득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신미식사진작가의 사진 중에 빨간 후드 티를 입은 중년의 사진

그리고 함께 늙어가는 캐나다 노부부의 사진

 

이 두 개의 사진을 붙여놓은 듯한 외국인을 찍었다.

그저 두 사진의 합성인 듯 싶어서......

 

 

호기심

 

원해서 들여다보는 것일까?

아님 거기 있으니 보는 것일까?

살 맘은 있으면서 보는 것일까?

그냥 구경만 하고 갈 생각일까?

시간을 떼울 생각일까?

 

만남

 

내가 좌판 위에 물건이고, 나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이 중 어떤 사연으로 나를 보고 있지?

물어볼까?

 

"뭐세요?"

 

 

 

 

여자: 저의 꽃같은 사랑을 드릴께요.

남자: 그럼 난 그 값을 치르겠소.

 

그들은 인사동 담벼락에 기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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