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산과 소록도를 뒤로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입니다.
해가 서쪽으로 지고 있습니다.
달이 따라 오는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창백한 얼굴을 하고서 따라오던 달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달이 아니라 해가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불덩어리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산을 지날때면 능선을 따라 붉은 불길이 따라오고, 철길을 지날때면 철길을 따라
비닐하우스길을 지날 때면 비닐하우스 천정을 따라
참 빠르게도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나와 같은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난 해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마라톤을 하고 있는 해를 응원하듯
내가 해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해가 나를 따라 오는 듯,
전 해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지치지 말고 끝까지 따라와야 한다.
지치지 말고 나에게서 눈을 떼지 말고 지금처럼 내 옆에 붙어있어야 한다.
한풀 꺽인 해의 모습을 보고서야 해가 나에게 보낸 빛의 색깔을 알아챘다고나 할까요.
해는 언제나 내 머리위에서 있었을 것입니다.
해는 항상 나를 따라왔던 것입니다.
신나게 달리는 해를 보면서,
해를 쳐다보지 않고 살았구나.
버스 옆자리를 비워두고나서야 내 옆에 든든한 후원자 한 사람을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야 태양은 솟아오르는 것 맞지요?
그러니까
언제 어디서나 나에겐 후원자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전 나를 쫓아 쉼없이 들판과 산을 달리던 해를 꼭 기억해야지.
영원한 후원자인 태양을 잊지 말아야지.
그렇게 버스 안에서 해와 나란히 서울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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