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밤이 되는군요.
거의 정신없이 월드컵경기장안에 있는 찜방에서 소식을 전했드랬는데,
하루가 지난 지금 이동거리는 아마 2.30킬로미터 정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어제 아침 일찍 서귀포 시내로 들어와 요기를 좀 했지요.
그런데,
또 헉!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 우길 일이 아니구나 생각하면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급성장염이랍니다. 여행불가랍니다. 그것도 자전거 여행은 불가랍니다.
입원을 하라네요.
그래서 서귀포에 있는 병원에 입원을 했지요.
참 별걸 다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여행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병원에 입원도 해보는 것!
오전 10시에 입원해서 오후 5시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졌지요.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사방에 할머니 군단이 저를 관찰하고 계시는 겁니다.
배낭을 들고 온 저 '삼촌'(전 그렇게 들었습니다. 저더러 삼촌이라고 부르더군요.)이 궁금하신 모양입니다.
65.72.88.65세 저의 침대를 둘러싼 침대에 누워계신 할망들의 연세입니다.
그들의 대화는 제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어디 일본 혹은 중국 혹은 아프리카 어디에 온 것처럼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와~~~
그 순간 좋다. 이것이 바로 여행이구나! 했습니다
우리가 관광이라는 말로 여행을 다니지만, 우리가 보고 듣고 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만 하루를 다닌 제주의 시골모습 또한 그랬습니다.
중문단지나 주상절리대처럼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충분히 된 곳과 그냥 시골 농가옆을 지날때,
잘 살고 못 살고가 아니라 공기가 다른 것,
다른 공기를 맛보는 것이 여행의 의미일 것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서귀포 작은 병원에서 맛본 사람들의 모습은 실로 충격이랄밖에요.
의사와 간호사들은 나와 이야기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언어로 제주인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말 아무리 곤두세우고 들어도 알 수 없는 제주 사투리였습니다.
우리가 텔레비젼이나 다른 매체에서 보는 제주인들의 말은 한 번 걸러진 대외용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억양과 사투리 정말 가히 .... 오~ 와~
이말 들의 소감을 표현하기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제주 여인네들의 성향.
할망들의 오고가는 대화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제주여인네,
그들이 왜 제주 여인네라고 구분되어지는지 만 하루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 이해가 되려고 합니다.
그리고 생각난 것,
옛날 혜은이가 불렀던 '감수광'이라는 노래.
그 노래가 참 애절했을 것이라는.. 우리가 흥겹게 불렀을 그 노래가
지금 저 할망들의 사투리버전이라면 분명 서울 남정네는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고,
그럼 그 맘은 애틋하나, 여인네의 간절한 속을 알 수 없었을 것이고.
그럼 어찌 되었겠나.. 싶은 생각이 났더랬습니다.
눈으로만 맘을 전하기엔 제주 바람은 너무 거칠고,
말로 맘을 표현하기엔 제주 사투리가 해독 불가고,
그럼 뭐가 남지, 에고 말자.
암튼 하루 병원에 입원을 해 있으면서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 것을 모두 취소하고....
이것이 나의 여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낸다.
여행계획을 전면 수정하네요.
일단, 자전거를 반납할 것이다.
몸이 아직 부실하여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좀 무서운 생각이 든다.
쌩쌩 달리는 버스 옆에서 꿋꿋이 중심을 잡을 수 있을 지라 불안하니까...
걸으면서 제주 시내버스을 이용하여 짧게 짧게 끊어서 이동할 생각이다.
처음 해안도로 일주를 계획했지만, 지금은 중산간 도로라고 불리는 16번 도로와 해안도로를 번갈라가면서 움직일 계획이다.
중산간도로는 한라산 중턱으로 연결된 도로라서 오름이 많다는데, 천천히 걸어봐야지 싶다.
하지만,
처음부터 덜컥거린 여행처럼 또 어떻게 변경될 지 모른다.
하지만, 어제처럼 덜컥 한 것이 제주할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계기가 되기도 하니깐.
세상에 하나도 의미없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그저 가다보면 의미가 생기는 것이지 싶다.
이렇게 수정합니다.
그리고 이 여행의 끝이 어떻든 참 멋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깁니다.
여행!
여행의 준비를 위해 떠나온 여행, 그 여행공부를 지금 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은 우체국!
전열을 가다듬을 겸, 친구들에게 엽서도 보낼 겸, 쉬어갈 겸 들렀습니다.
다시 만나죠!
담에 전 어디서 무엇을 하다 소식을 전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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