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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영화] 세브린느

by 발비(發飛) 2006. 1. 24.

 

세브린느 Belle de Jour

 

루이스 브뉘엘 감독

카트린느 드뇌브, 장 소렐 주연

1967년 제작

 

세브린느

오후 두 시에서 다섯 시 사이

네 샅은 열린다

비가 내리고

비는 꽃잎을 적신다

꽃잎은 시들지 않고 더욱 꽃 핀다.

-김춘수 [두 개의 꽃잎]

떠라

세브린느

보석 같은 아침이

무한지옥의 시작이라 해도

떠라

세브린느

제비꽃 같은 눈꺼풀

 -이세룡 [세브린느]

 

어떤 영화 '세브린느'일까?

시인들의 맘을 흔든 세브린느.... 난 맘을 비우고 봐야한다. 그릇을 비우고 봐야한다.

 

그 전에....

어제 보고서도 어제 말을 하지 못하고, 오늘도 자꾸 생각이 나는데.

세브린느만 보고 온 듯하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데도 그녀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그녀를 따라다니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차고도 넘쳤던 영화. 세브린느

원제인 "벨라 쥬르"는 매꽃이라고 낮에만 피는 꽃이란다.

세브린느가 창녀의 집에서 가명으로 쓰던 이름이 벨라쥬르이다.

 

 

1.

 

세브린느.

의사인 남편, 그보다 더 자상할 수 없다.

"언제 다 자랄래." 라고 말하는 남편 옆에서 고급 집, 고급 옷 부러울 것이 없을 듯 사는 여자.

그 여자가 낮 2시부터 남편이 돌아오는 5시까지 창녀가 된다.

자신이 선택한 남자가 아니라, 자신을 선택한 남자에게서 일방적으로 당해주는 일을 한다.

그런데 세브린느, 창녀의 집을 나올때면 가벼운 표정이다.

남편에게 말한다.

어느때보다 남편을 사랑한다고,, 그리고 실제로 남편에 대한 눈빛이 달라졌다.

창녀생활을 하면서 남편을 맘으로 받아들인다.

그 사이사이로 어린 시절의 기억인 듯한 성에 관한 장면이 사이사이에 끼고,

남편과 남성들로부터 창녀라는 욕을 들으며 마치 인민재판을 하는 듯한 장면이 또 끼어있고.

세브린느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환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구분을 하려 했었지만, 어느 순간 영화를 보고 있는 내가 구분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현실이든 환상이든 사실 문제가 아니다.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다.

여자의 우울증은 우물에 비할 수 있다.

내려가고 또 내려가 바닥까지 내려가 가장 밑바닥까지 발을 딛고서야

자신의 위치를 아는 우물이라고.

세브린느를 보면서 그랬다.

위험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세브린느는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감독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루이스 브뉘엘 감독

1967년에 제작한 영화라고 하는데, 그 때 루이스 브뉘엘 감독이 예순이 넘었다고 한다.

노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감독은 참 묘한 어법을 사용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세브린느에 대해 

 

"그래 그럴수있지"

"검은 선그래스를 쓰고 변장을 한다면 나도 그럴 거 같아"

"이해해"

 

이렇게 응수하게 만든다.

누구나 그럴 수 있는 부정으로 만들었다.

감독은 세브린느라는 여자를 감싸안았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욕망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을 인간으로 그냥 인정한 것이다.

갈등이 없는 인간

욕망을 제어만 하는 인간

그런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여서 가질 수 밖에 없는 짐을 무겁겠다하고 측은한 맘으로

감독은 바라본다.

삶의 강박관념, 혹은 여성성 남성성에 대한 강박관념, 그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돌을 던지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런 영화였다.

그럼 좀 자유로워질 것이다하고 말하는 영화이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는 여성이 가지는 환타지나 성적 본능이나 마조힘즘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자유롭기 위한 도구로서의 삶....

진정 그대 자유롭냐고 묻는다면.... 자유를 원한다면...

그렇다면, 너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창녀가 되는 것과 자유를 맞바꾸자면,,, 무엇을 선택할까?

 

짖궂으면서도 따뜻한 노감독의 눈빛이 보이는 듯 하다.

 

 

 

 

 

혹, 지저분할 수 있는 소재,

구태의연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참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싶었다.

오래된 영화임에도 오래된 것 특유의 진부함이 없었다.

영화의 고전 중의 하나라고 불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듯 싶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또 생각이 날 것이고, 여자로 태어나 쭉 살아가는 내내 생각이 날 듯하다.

세브린느의 흔들리는 눈빛이 내게 가끔 나타날 듯 싶다.

정리되지 않는 맘으로도 두드려보았다.

일주일 후든  한 달 후든 일년 후든 또 생각이 나면, 이 아래에다 그 때의 생각을 붙일 작정이다.

 

 

2.

 

참 재미있는 것

1967년의 의상들이다.

그 때의 거리모습이나 사람들이 나온다.

첫 장면에서 웃었다.

요즈음 유행하는 옷과 너무 똑같아서, 요즘 유행하는 모자와 너무 같아서, 신발디자인도 .....

유행이 돌고 돈다더니.

1980년대나 1990년대의 영화는 촌스럽기가 그지 없는데,

정말 지금 튀어나와도 최고의 멋쟁이들이지 싶게 첨단이었다.

옷구경을 하는 것도 이영화를 보는 커다란 재미중의 하나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신기했었다.

 

충만한 느낌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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