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이렇게 말한다-
생각이 많아지면, 갈등이 생기면, 아주 많이 피곤하면, 힘이 들면 난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는 것은 내가 아닌 곳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난 나를 피해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대신 들어앉을 수 있는 어떤 주인공을 찾아 잠시 주인공이 되어 나를 잊는다.
난 방금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다가 오는 데 성공했다.
-실비아-
"시티오브갓"이 나를 나에게서 빼내지 못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수많은 장면들이 사람들이 나왔지만, 난 아직도 펄떡 펄떡 숨을 쉬고 있었다
나라는 의식을 가지고 숨을 쉬고 있었다.
피곤이 풀리지도 않았고, 갈등에서부터 잠시 벗어나지도 못했으며 그래서 난 쉬지 못했다.
쉬지 못한 난 무지 피곤하다.
잠이라는 것이 사람을 쉬게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잠에는 꿈이 있다.
꿈의 주인공은 항상 나다.
그러므로 난 쉬지 못한다.
실비아. 그녀가 나를 쉬게 해 주었다.
쉬지 못한 나를, 피곤한 나를 쉬게 해 주었다. 영화를 몇 시간을 보았는지 몇 분을 보았는지
누가 나왔는지 그런 것은 모른다.
단지 내가 실비아가 되어 실비아가 웃을 때 같이 웃고
실비아가 울 때 같이 울고 불안할 때 같이 불안하고 사랑을 할때 같이 행복했다.
난 내가 아닌 실비아로 사는 동안 실비아가 아파서 결국은 자살을 했어도
그래도 내가 아픈 것이 아니라서 난 쉬었다 온 것이다.
내가 힘든 것이 아니라 실비아가 힘이 든 것이기때문에 난 쉬었다.
실비아... 난 그녀에게 나를 잠시 맡기고 그녀가 맘껏 힘들도록 그냥 방치했다,
연민을 느끼지도 행복하길 바라지도, 잘 되길 바라지도 않았다
나의 삶이 아니기때문에 내가 사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실비아의 것이기때문에 난 실비아가 되어서 울고 웃고 힘들고 죽어도,.... 난 아무렇지도 않다.
뭐라고 해야지.
완전히 몰입되었다고 해야하나?
큰 상영관도 아닌 노트북 모니터롤 보면서 완벽하게 그녀가 되고 난 나는 지금 개운하다.
마치 꿈 없는 깊은 잠을 자고 난 듯 난 좀 개운하다.
이제 좀 쉰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멋지게 보았다.
거의 완벽한 몰입상태가 되었다. 멋지다.
많은 영화를 찾아헤맨다. 내가 생각나지 않는 주인공이 되어도 억울하지 않는 영화를 찾아다닌다.
한동안 어쩌지 못했다.
붕 뜬 느낌이었다. 오늘 실비아를 보면서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멈춰졌다는 느낌도 없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야 알았다.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구나.
그렇게 알았다,. 난 시간이 흐르지 않는 그렇지만 진행은 되고 있는 이상한 삶의 세계로 다녀온 듯 하다.
우울하고 힘든 영화일런지 모른다.
그럴런지 모른다. 아직은 내가 실비아이기때문에 난 알 수 없다.
아마 이렇게 두드리고 있는 나는 실비아일지도 모른다.
다만, 실비아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돌아와라 돌아와라 이제 돌아와서 나자신이 힘들어라...
현실로 돌아와라.. 그렇게 소리쳐 나를 깨운다 하더라도.
난 일어나 말할 것이다.
참 잘 지냈다고... 한동안 쉬지 못했는데, 나 푹 쉰 듯 하다고..
실비아!
고맙다. 난 실비아 덕분에 좀 쉬었다.
쉬고 나니, 내가 가던 길이 좀 보이기 시작한다고...
아
아까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암중모색!
그렇지 ... 쉬고 나니 어둠이 눈에 익었다. 길인 듯 ...뭔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보는대로 映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기덕] 활 (0) | 2006.01.08 |
---|---|
[영화]페드로 알모도바르감독 2편 (0) | 2006.01.07 |
[영화] 시티오브갓 (0) | 2006.01.06 |
[영화] 토니 타키타니 (0) | 2006.01.04 |
[동시상영] 토니 타키타니 & 이터널 선샤인 (0) | 2006.01.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