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물]
여훈
어느 분이 나에게 선물을 해주신 책이다.
내게 생각을 해보라고 ..... 하신 뜻 같다.
그냥 편하지 않은 분이지만, 책은 편하게 읽었다.
책은 외국의 광고카피와 사진을 싣고, 그 옆에 이 분의 생각들을 써 놓은 그런 책이다.
요즘 많이 나오는 스타일의 책.
광고라는 것이 그렇듯 함축적인 장면이라 하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그 중 일단 가장 눈에 끌렸던 것.
소설가 은희경의 말처럼 이들에게 "배려란 남이 원하는 게 문저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고
"교양이란 남이 좋다고 하는 가치를 학습하고 남이 좋다고 하는 기능을 익히는 것"이다.
또한 이들에게 "성실이란 남이 실망하지 않도록 기대대로 해내는 것"이며, "유행이란 남이 원하는 모습이 되는 것"이다.
-44쪽
인정이라고 말하고 싶고, 또 반대라고도 하고 싶다.
그렇다. 그렇지. 그러네... 그렇게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 그게 아닌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뭐 그런 생각이 든다.
왜 그런 생각이 들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면, 어쩌면 정답일지 모르는 이 말은 일단 내가 살아온 방법의 뿌리를 자체를 흔들어놓는 말이라 인정하기 싫을 수 있겠다.
그리고 두번째는 인간이 자신이 중심이 되는 생활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사회적 동물임을 잊어서도 안될 것 같다는 그런 생각.
그럼 살기가 더 힘들어지고 복잡해진다.
중심을 자신에게 두면서 남에게 쏠리지 않으면서 사회적으로 살 수 있는 능력, 그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선을 지키는 것,
그것이 바로 '중용'이라는 것이겠지.
중용을 지킨다는 것, 그것은 철학의 기준이며, 생활의 기준이 되는 것.
처음 이 말을 읽었을 때, 그런건데.. 그렇지. 어쩌면 난 그게 부족했을거야. 그렇게 생각하다가
나의 전체가 틀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굳힌다.
그저, 그렇지.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야겠다 싶다.
왜냐면, 난 은희경이라는 사람이 말하는 방식의 반대쪽으로 몸이 기울어져 있는 편이니까
내 몸을 똑바로 세우기 위해서 은희경이라는 사람의 말을 접수하고 좀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려 한다.
한참 전에 다시 읽은 책을 괜히 필이 꽂혀 아침 가방에 넣어오다가
전철에서 빨갛게 밑줄 그어진 이 글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에 잠겼었다.
세상엔 좋은 것 혹은 나쁜 것이라는 것은 원래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웃기는 생각도 하면서.....
그저 사람이 그냥 만들어놓은 선일 수도 있겠다는 웃기는 생각을 또 하면서
선을 만든 사람들은 그 선을 그리면서 신났겠다는 웃기는 생각도 하면서
그 선을 따라 달릴 사람들을 상상하며, 좀 더 길게 좀 더 선명하게 그었겠다는 웃기는 생각을 하면서
그 선을 따라 걷고 헥헥거리는 나도 웃긴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선을 따라 가지 않고는 이제 갈 데가 없는 흰개미처럼 되어버렸다는 웃기는 생각을 하면서
그 선이 없어지기보다는 그냥 그어져 있었으면 하는 웃기는 생각을 하면서
그 선을 옆에 두고 난 딴 길로 한 번 가봐야지 하는 웃기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서 어디 멀리 와 있는 듯이 딴 생각을 하면서 출근을 했다.
무지 바쁜 날이 될 것 같다.
폭풍전야처럼 조용하다. 알바를 두 명이나 불러놓았거든... 이제 그들이 일할 것들을 준비해두어야 한다....
효과적으로 일을 시키기 위해 난 셋팅을 시켜야 한다.
선을 그어놓아야 한다...
결국은 웃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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