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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2.틈새로 엿보다

by 발비(發飛) 2005. 11. 28.

이 사진들때문에 내가 가자미 눈이 될 수도 있다.

엿보기였거든......

몰래 보이기 싫어서 다 열어두지 않은 틈을 난 눈 흰자위를 드러내고 엿보기했더든....

곧 가자미 눈이 될 지도 모른다.

 

 

 

-엿보기 1-

 

하회를 보려면 부용대를 올라가면, 하회전체가 보인다.

그게 목적이었지.

 

그런데, 부용대를 오르기전, 이 멋진 고택에 미스코리아처럼 날렵한 몸매를 가진 백구가 있었다.

백구를 보기위해 남의 대문 안을 들여다 보았다.

백구는 정면으로 빤히 보이는데, 순간 백구에게 맘이 떠나고

그 집의 세간살이가 눈에 띤다.

개집은 고무 드럼통을 엎어 놓은 것이었고,

대문 옆으로는 발깐 드럼통이 세개나 있었으며,

저집에는 현재 두사람이 있는 듯 했다.

댓돌에 신발이 두켤레다. 안 신는 신발이 아니라, 방금 신은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으로다가

힐끔 힐끔

내 눈이 남의 집 대문 옆에 붙어서 그 집의 동정을 살핀다

"어째 살고 있나? 이 곳에서 사람들은 어째 살꼬?"

엿보았더니, 참 조용하다.

나무에서 부는 바람소리만 들린다.

엿보았더니, 사람은 사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참 조용히 살고 있구만... 그래서 저 백구도 나를 봐도 짖지 않았나보다.

조용~

 

-엿보기 2-

 

병산서원들어가는 큰 문이 아니라, 아마 아랫것들이 드나 들었을 왼쪽 작은 문 앞에

희한하게 생긴 구조물.

참 이쁘지 않나? 정말 이쁘지 않나?

난 저 곳 동그라미 안에다 작은 좌탁하나 갖다 두고, 아래에는 깔판 하나만 갖다두고

봄, 여름, 가을에만 그 곳에서 살았으면.

저기서 보는 하늘은 동그랄것 같은데... 너무 낮아서 하늘만 보이겠지.

그런데, 가까이 갔지러...

가자미 눈을 하고 엿봤지러.

눈이 뭔가를 발견하기도 전에, 귀가 무슨 소리를 듣기도 전에

코가 미리 반응한다.

짙은 암모니아냄새!

와 정말 짙은 암모니아냄새.

저 반쯤 휘어진 곳에 가면 냄새가 난다.

그렇지만 거기서 몇 발자국만 뒤로 물러나면 냄새가 안난다.

그러니, 내가 이 사진을 찍으며 방을 상상한 것이지.

엿보았다. 화장실이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듯 ...  그 냄새가 증거다.

화장실을 엿보다.

정말 기발하다. 가장 외면하는 그 곳을 예술품처럼 만들어 두었다.

만약, 만약, 정말 만약

내가 앞으로 마당집에 살 수 있는 그런 꿈이 이루어진다면,

마당 저편에다 저런 달팽이 구조물을 꼭 만들 것이다. 하지만 화장실은 아니고...

그 안에 들어가 앉으면 너무 편안할 것 같다.

 

 

 

-엿보기3-

 

부석사 석탑이다.

1년사이에 부석사를 세번째 다녀온 것이다.

작년 가을에 왔을 때, 난 이 석탑에서 다람쥐를 보았다.(사진 찾기 귀찮아 기냥 통과.^^::)

그리고 지난 여름 왔을때 주위가 온통 초록에 노란 꽃들이 피어있었다.

흑!

공사중이다, 문화재는 공사중이 아니라 보수중이지.

철망에 둘러싸여 뭔가 수술중인 듯,

당연 아무것도 안 보이지. 그런데 난 가자미...

카메라를 철망 속에 밀어넣고, 그 안에 갇힌 석탑이 무사한가 확인해야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그리 갇혔는지...

무슨일이 있기는 뭐가 있어, 그저 긁히고 패인데 고치고 있는 거 였지?

난 엿본다.

보지 말라고 만지지 말라도 덮어놓은 곳에 카메라 들이밀고 퍽! 사진 찍었다.

다행이지 뭐야

혹 석탑이 아리따운 여인네로 변신해서 옷을 갈아입고 있던 중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카메라에 당황했을 석탑아니겠어.

건물도 몇 백년 몇 천년이 되면, 여우처럼 혼이 깃드는 것 아닌가.

그저 물건이라고만 볼 수 없는 그런 느낌!

 

 

 

-엿보기4-

 

가장 대단한 엿보기, 그래서 멀리서 줌을 당겨서 보았지.

물론 무량수전 안으로 들어가 예불을 드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만 난 무섭다.

부처님 앞에 서면 쬐끔 무섭다.

지은 죄가 많아서리... 그런 것이겠지.

다른 절에는 부처님께서 정면을 보고 계셔서 저리 쬐끔 문이 열리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무량수전 부처님은 동쪽을 보고 계신다.

그래서 문이 쬐끔 열렸는데, 딱 마주친거다.

눈을 내려깔고 계시지만, 내가 망원줌 당기는 것도, 그리고 몰래 가자미눈을 하고

훔쳐보고 있는 것도 아마 다 아실거다.

민망하지만, 말씀 안하시니깐, 줌을 당겨놓고, 부처님 코가 어찌 생겼는지,

눈이 어찌 생겼는지, 입이 어찌 생겼는지, 꼼꼼이 뜯어보았다,

카메라를 오래 들고 엿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표정이시다.

그 분을 엿볼 수도 있지뭐...

 

"보려거든 내 앞으로 와라."

 

혹 그렇게 말씀하시는 소리가 들렸으면 갔을거다. 안 부르시네...

 

학교때 발표하고 싶은데 손 들 용기가 없어서 발표 못하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 날 지명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기다렸던 딱 그 기분..

선생님께서 나를 지적하는 건 무섭지만, 콩닥거리면서도 발표할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그런 기분이었다.

 

 

-엿보기5-

어둑해진다. 삼성각을 몰래 본다.

스스로 깨우치는 독각, 단군을 상징하는 산신, 북두칠성에 비는 칠성,

모두 같이 계신 곳!

좋은 분(?) 것(?) 아무튼 함께 있는 곳

부석사 왼쪽 한 편에 작게 있다. 그 곳에 수 많은 불들이 켜져있다.

소원을 빌러 들어가고 싶었던 곳이다.

대웅전보다는 큰 법당보다는 북두칠성님께 빌고, 단군할아버지께 빌고,

설법을 하러다니지 않으신다는 독각님(?)에게 비는 것이 좀 여유로울 것 같으니까.

너무 높은 사람들은 대하기 힘드니까, 좀 단촐한 분들에게 빌면, 효과가 전폭적이지는 않겠지만

지금보다는 낫게 하는 정도는 들어주시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약은 가자미의 눈으로 마음으로 저 불빛 따라 들어가고 싶은 것을 참았다.

항상 결정적일때는 머뭇거리는 가자미다.

제자리에서 팔딱거리는 가지미눈을 가진 가자미.

그 곳 불빛을 엿보면서 저 불빛 만큼 자잘한 소원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듯 햇다

 

엿보기... 엿보기... 누군가 어딘가를 엿보기.

나를 엿봐도 저 정도를 볼 수 있을까?

문틈으로 보이는 만큼 이라도 나를 볼 수 있다면, 눈을 180도 돌려서 나의 틈을 보고 싶다.

난 내 안에서 뭐하고 사는지?

나는 내안에 갇혀서 무엇으로 소일을 하는건지?

언제까지 내안에서 있을 건지?

나를 엿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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