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링크는 지난 여름 부석사를 갔다 와서 주절거린 곳이다.
색깔이 다르다.
여름과 초겨울, 부석사는 변해서 더욱 멋지다.
안녕? 목어!
이번에 본 목어의 용머리가 웃는 듯 합니다.
"또 왔구나! 너 진짜를 여기 좋아하는 게 분명한 거 같아."
"그럼 난 진짜 여기가 좋은데."
부석사에 가면 맘이 가라앉습니다.
색이라고 보이는데는 여기입니다.
저리 편안한 얼굴을 한 용을 본적이 있나요.
부석사의 목어소리를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저 목어는 아마 퉁퉁거릴 것 같습니다.
퉁! 하고 퉁! 할 것 같습니다.
지붕아래 매달린 저 철심이 뭘 하는 걸까 궁금했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저 연등을 달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왠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단청 없는 지붕아래 분홍빛 연등, 딱 저 철심갯수만큼만 연등이 달린다면 좋겠습니다.
여기 부처님은 좀 특별하거든요.
동으로 바라보고 계시면서, 밖에서 보면 옆으로 앉아계시면서
그런데도 밖에 있는 전 그 분의 시선이 느껴지니 왠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옆으로 앉아계신 부처님 덕분에
배흘림기둥이 더욱 잘 보입니다.
때로는 부처님과도 닮아보입니다.
부처님께서 기둥을 향하고 계신지가 몇 백년인데,
그 눈길 받은 기둥이 생명을 가지지 않았을리 없고, 생명이라도 어디 보통생명이겠습니까?
밖에서는 연등을 기다리는 듯한 철심이 애잔히 매달려있고,
무량수전안에서는 유난히 과묵해보이는 부처님께서 배흘림기둥과 마주계십니다.
이번에는 법당 안을 들여다보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제가 엿봤거든요, 괜히 그럼 안될 것 같은 짓을 했거든요.
눈코입 뜯어보며 잘생겼나 안 생겼나 뜯어봤거든요)
부석사에서 내려다보면, 산이 겹겹이 둘러쳐져있습니다.
그 산으로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약간 흐린 날씨였지요.
그래도 해는 하늘에 떠있다가, 질때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뿌옇기만하고 보이지 않던 하늘이 해가 지자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는 해 때문에 구름이 거기 있었던 것도 알게 되었고,
지는 해 때문에 산이 열겹이나 된다는 것도 보였습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자꾸 멀리 보게 되었습니다.
발밑에 뭐가 있나 보다가, 해가 지기 시작하자, 고개를 들고 산도 보고 구름도 보고 멀리 멀리 보게 되었습니다.
지는 해에게는 뭐가 있어서 우리를 멀리 보게 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이 질 때도 멀리 멀리 보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음 좋겠네요.
내가 질 때 쯤이면 누군가 나의 지는 모습을 보고
멀리 보게 되었으면, 그랬으면 좋겠네요.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그저 질 때가 되어 지는 것인데도 사람들이 멀리 본다면,
멀리 볼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다 싶네요.
그럼 지금 아무 것도 아니어도 그래도 ......
너무 큰 욕심이며 가당찮네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도 이 사진을 보면서...
내가 그 때 그 해를 보면서 산이 보이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기우뚱거리면서도 지탱합니다.
어느 돌 하나가 균형을 잃지 않으면 기우뚱거리면서 지탱합니다.
난 저 돌탑입니다.
단 하나의 돌이 아니라, 저 작은 돌탑입니다.
나에겐 작은 돌들이 붙여지지도 않은 채 쌓여있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들,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꿈꾸는 것
내가 두드리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돌 하나하나입니다.
그래서 난 서있습니다. 기우뚱거리면서 서있습니다.
나의 그것들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난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기우뚱 거리면서도 지금은 서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많이 흘러 기우뚱거리는 돌탑에 먼지가 불어들어와 쌓이고,
마른 풀잎이 날아가 틈새에 박히면,
어느 날은 그것들이 나의 돌 하나하나를 붙여주겠지요.
그럼 기우뚱하지 않고 그냥 서 있는 날도 있겠지요.
지금 내게 바람이 불어 기우뚱거립니다.
좀 많이 기우뚱거립니다.
그런데 그 바람이 먼지를 싣고 오는 것이라고 우기고 싶습니다.
나를 기우뚱하게 만드는 바람이 마른 풀잎을 데리고 오는 것이라고 우기고 싶습니다.
바람때문에 기우뚱거리고, 바람때문에 난 굳을 것입니다.
사진을 찍으며, 불안한 모습으로 있는 저 돌탑의 사진을 찍으며,
"너도 새로운 탑이 된지 얼마지 않았구나."
"나도 그래."
기우뚱 기우뚱
셋트로 잠시 기우뚱했습니다.
여름에 찍었던 딱 거기에서 찍었습니다.
색이 너무 달라서.
시간이 지나니 색이 너무 다르네요.
나도 색이 달랐으면 좋겠네요.
갑자기 얼마전에 올린 피카소의 그림이 생각납니다.
그는 청색시대가 지난 뒤 분홍시대로 넘어갔는데....
색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배경인 듯 합니다.
같은 길에 같은 건물인데도 색에 따라서 전체가 다른 느낌입니다.
피카소의 그림처럼.... 완전히 변해버린 부석사.
그 맘도 변했겠지요. 내년 여름까지...
그런 의미에서 색을 날렸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겨울이 되었습니다.
색이 없어진 날
나에게서 색이 없어지는 날
실제로 색이 없는 길이 아니지만, 난 이 색없는 길을 한 번 걸어봐야겠습니다.
나도 저기 걸어가는 사람처럼 색이 없이, 아무 색이 없이 걷고
나를 둘러싼 배경에도 아무런 색이 없고
색이 없는 길을 걸어보고 싶네요..
부석사.
그 곳은 항상 나에게 뭔가를 주는 곳입니다.
한 바퀴 두 바퀴 ... 아무리 돌아도 난 그 곳을 다 보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아직도 난 다 보았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두고 온 뭔가가 있는 듯 합니다.
그 곳은 깊고 깊어서 들어가도 들어가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나에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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