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시간이 없
이 여행코스를 잡았다.안동터미널에 도착하자 바로 택시를 타고, 영호루로 향했다.
낯선 이와 익숙한 이가 함께 하는 여행,
난 안동이 고향이고, 같이 간 후배는 대전이 고향이다.
후배는 안동에 대한 공부를 무지 하고 나타났다.
용화루를 가야한단다. 우리나라 몇 대 망루 중의 하나라면서, 촉석루와 어깨를 나란히 한단다.
난 처음 들어보는 건데,,,, 한참 생각을 해보니, 영호루다.
"야! 영호루야, 용화루가 어디냐?"
"앗! 우리동네 짜장면집 이름이다.^^;;"
-그런 곳이 어디 한 두 곳이냐 싶었다.
영호루에 올라 낙동강 너머 안동시내를 본다.
동서로 길다.
낙동강을 끼고 시내가 있어서 길게 뻗어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때쯤 가보고 첨 가본 것 같다.
영호루는 저학년들의 소풍장소였었고, (다리만 건너면 되니까) 그림대회나 글짓기대회의 장소였었다.
그렇게 익숙한 영호루는 가본지가 그리 오래되어도, 마치 그냥 먹는 밥인듯 낯설지 않았다.
안동에 낯선이들 덕분에 안동에 익숙한이가 모처럼 추억에 젖으며
너무나 많아진 불빛들을 보고 놀래고 놀랬다.
영호루를 내려오면 다리가 두 개 있다.
오른쪽 다리는 새로 만든 다리이고, 지금 위의 다리는 1956년에 만들어진 다리이다.
가장 무서웠던 곳을 말하라면, 당연 이 다리이다.
일년에 두 번씩 이 다리를 건넜다. 소풍때....
다리에서 내려다 본 강은 너무 깊었고, 발끝이 저렸다.
긴 다리를 건너는 내내 내 다리는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감각이 거의 없었던 기억이 있다.
다리 건너편으로 집들이 보인다.
그 중에 내가 살았던 집도 보인다. 사실 집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집의 기운이 보이는 거지만...
이 다리를 걸으면, 그 맛은 한강 다리를 건너는 것보다는 더 강을 건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처럼 생긴 강을 건너는 다리 처럼 생긴 다리다.
영호루에서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안동댐이 나온다.
보조댐에서 본댐 사이에 월영교라는 목조다리를 만들어놓았다.
(이 다리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목조다리란다)
안동을 떠난 뒤 만들어진 다리라 낯설지만, 이 다리만 건너면 추억의 장소들이 나온다.
조명 이쁘게 비춘 다리..
적당한 어둠은 누구나 이쁘게 보인다.
적당한 조도의 불빛은 누구나 흥분시킨다.
그러므로 함께 했던 우리들이 모두 서로의 어깨를 끼고 걸었다.
댐을 가로질러 다리를 건넌 다음, 마주 보는 얕은 산으로 올라간다.
적당한 난이도의 데이트코스다.
데이트코스가 너무 평탄해도 재미가 없고, 그렇다고 너무 험난해도 스타일을 구기지.
이 언덕은 적당한 난이도, 즉 혼자 올라가기엔 약간 높아 누군가의 손가락만 닿아도 힘이 덜어지는 정도... 딱이지.
게다가 풀내음은 어느 꽃내음 못지 않게 향긋하다.
고개를 왔던 길로 돌리면, 조명....
15미터 정도를 그렇게 쌕쌕거리면 올라가면,
월영대가 나온다.
사실 잘 모른다.
여긴 옛날에도 본 것 같은데...
안동댐 건너편에 있는 집들은 거의 대부분 안동댐 수몰지역에 있던 것들을 복원한 것이라는 것은 아는데... 더는 ^^:
그 역사는 모르지만,
깊은 밤 그 곳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물빛.
물빛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떠나왔구나 하는 실감을 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 쉴 수 있는 곳으로 왔구나 하면서 숨을 길게 쉰다.
"흐음~"
들이 마시는 숨보다 내 보내는 숨이 길다.
좋은 공기를 마시겠다고 숨을 들이시는 것보다, 내 속에 찬 유독성 가스를 내 보내는 것이 급한가보다.
숨을 길게 내 쉰다.
안동에서의 밤.
낯선 이들이 안동이라는 곳에 흥분하면서 맞는 밤에 덩달아 같은 눈높이로 본 안동!
사실은 내가 더 낯선 안동
안동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무지 구박을 받으면서 낯선이의 눈높이로 다시 보았다.
그 후 사진은 없다.
아마 같이 간 후배가 보내주겠지만, 우린 찜닭에 내가 좋아하는 21도 안동소주.
(후배하나는 지난번 안동때 같이 갔었던 모임분에게 부탁을 받아서 한상자를 사가지고 서울로 왔다)
부모님께서 찜닭을 쏘셨지.
딸래미 친구들이라고, 타향살이하는 딸래미 같이 놀아주는 친구들 고맙다시면서...
부모님과 친구(물론, 연장자도 연하자도)모두 같이 파티를 했다.
부모님앞에서 무지 오버하면서 과음을 했지요.
부모님 안 보이는 곳에서 보다 보이는 곳에서 망가지는 것이 더 편한 딸, 좀 웃기지만,
맘 푹 놓고 마셨지. 간만에...
구시장골목, 50미터쯤이 양쪽으로 찜닭골목이다.
여기서 매일통닭과 현대통닭이 젤로 유명하고 사람들이 말을 한다.
매일통닭이 좀 더 매콤한 편인 듯 싶다.
모두 8명,
모두 집으로 갔다.
아버님, 감춰두신 술병들을 꺼내신다. 고가의 술들이었다.
모두들 으악거리면서,,,
소리는 으악인데, 모두 좋아라...하면서,
음미하면서 마셔야하는데, 그래감서, 모두들 열심히 ///
다음날 부모님 말씀
"니 술 마시는 건 조타. 근데 밥은 먹으면서 마시라... 알았재? 난 꼭 밥머면서 마신다."
과년한 딸에게 당부하신 말씀이다.
-아래의 두 사진은 어디선가 퍼온 사진이다.^^::
밤 사진만 있으니, 당췌 어떻게 생긴 곳인지, 어찌 만들어진 건축물인지 알 수 없을 것 같아
사진을 올린 사람으로서의 책임감(?)때문에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
-영호루다. 낙동강이 보이는 반대쪽에서 찍은 것이다. 영호루 너머 낙동강이 흐른다.-
월영교.. 아마 낮이 아니라 아침일 것이다.
안동은 안동댐과 임하댐이 에워싸고 있어서 오전11시까지 안개가 걷히지 않는다.
거의 안개속에 싸여있는 셈이다.
안동의 학교들은 거의 산꼭대기에 있는데, 아래쪽은 하나도 안보이고 항상 구름위에 있는 듯 했었다. 새삼스럽다. 저 안개가....
어느때는 안개가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그랬지... 그랬었지 싶다.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누구든 아침 8시쯤 저 곳에 간다면 이런 모습을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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