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피곤한 시간들이 가고 있었다.
어제 일찍(?), 그래봐야 8시에 퇴근을 해서, 대책없이 어지러운 방을 치우며, 뭐 좀 재미난 것 없을까 궁리하다가...
컴으로 영화를 다운받아서 보기로 했다.
청소를 하면서도 볼 수 있는 영화를 골랐다. 드라마처럼 두가지가 가능한 영화로다가
이렇게 말하면 유하감독이 열받겠지.
시간이라는 것은 신이 주신 선물같다.
시간이라기보다 시간의 흐름, 시간의 흐름은 약같아서 상처를 치료해주고, 기억을 미화시켜준다.
시간을 보내버리고 나면, 시간은 가버렸지만,
시간의 흔적은 자꾸만 빛을 내며, 지금의 나를 쉬게 해주기도 한다.
말죽거리잔혹사.
얼마나 잔혹한 시간들인가.
가장 아름다운 청춘을 묶어두었던 학교, 교복, 규율들.... 거긴 교련복은 없네.
온갖 검사들,,,, 온 몸에 사슬을 묶고 있었던 시간이다.
사슬을 묶여서도 우정도 사랑도 모든 것을 했었던 시간들이다.
얼마나 에너지가 넘쳤으면, 사슬을 끊고서 우린 뛰었을까?
묶인 사슬 푸느라 긁혔던 상처는 얼마나 아팠으며, 그는 얼마나 붉었던지.
그런데 시간이라는 것이 흘러서 우린 그 아픔이 아픔으로가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면서
지난주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방송되었던 전인권과 최성원의 무대가 생각이 났다.
이 두 사람은 내 보기엔 참 많이 다른 사람들이다.
그 이미지가 한 사람은 야수같고 한 사람은 어린왕자같다.
그들이 뭉쳤던 '들국화'가 올해로 결성된지 20년이라고 한다.
사실, 그때 그들의 노래는 자유 그 자체였었다.
마치 학교 담벼락 개구멍으로 탈출하면,그 앞에 뻥 뚫린 아스팔트가 보였던 그 때의 기분처럼
그 길을 따라가면 나에게 영원한 자유를 줄 것 같았다.
행진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릴거야
그것만이 내 세상
... 그래 아마 난 세상을 모르나봐
매일 그대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걸 같이 나누고파
제발
... 인형이 되긴 싫어, 제발 목 말라 마음 열어 사랑을 해줘
사랑한 후에
..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전인권님과 최성원님이 함께 하는 무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들은 교감하고 있었다.
텔레비젼을 통해서 보고 있는 나도 그들과 교감하고 있었다.
그 무대가 화려해서, 혹은 가창력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도 시간을 흘려보내고,
이젠 그 때면 누구나 겪었을 상처,사슬, 그 답답함이 이제는 시간이 흘러 정말 마술처럼 아름다움으로 변했다.
그들도 그렇게 보였다.
그저 서로 잘 넘긴 시간을 웃어넘기고 있는 듯 했다.
시간을 흘러가게 한 것은 신이 주신 선물 같은 것이다.
어느 순간 하얗게 늙어가더라도, 그렇더라도 기쁠 것이다.
이제 11월이 반을 넘었고, 겨울이 되었다.
시간이 빨리 가는 계절이다.
갈 길은 바쁜데, 해는 지고... 어쩌지? 어쩌지?
한때 전인권님이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를 매일 들으면서 출근을 했었다.
아예 틀어놓고 출근을 하면, 내 뒤에서 등을 두드리며 걱정말아라고 노래했었다.
그럼 그래 걱정하지 말자... 온갖 것 다 겪은 사람이 걱정하지 말라는데, 난 그정도는 아니잖아.
걱정하지 말자.
시간은 흘러가더라.
그리고 어느 순간 아름다움으로 보이기도 하더라.
신이 선물을 주신다는 데 기꺼이 받지 뭐!
'보는대로 映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스테이션 에이젼트 D-10 (0) | 2005.12.22 |
---|---|
2005 나다 마지막 프로포즈 시간표 안내 (0) | 2005.12.08 |
[영화]사마리아 (0) | 2005.11.06 |
[영화] 내 마음속의 지우개 (0) | 2005.11.04 |
[영화]연애의 목적 (0) | 2005.11.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