孔子曰, 三人行, 則必有我師.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논어 술이편 중
三人同行,
其一我也. 彼二人者, 一善一惡,
卽我從其善而改其我惡焉, 是二人者改我師也.-주석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간다. 그 중 한 명은 자신이다.
다른 두 사람, 한 사람은 착하고 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
착한 사람에게서는 착함을 배우고,
착하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자신에게 있는 착하지 않은 점을 배운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모두 나의 스승이 된다
헉!
갑자기 왜 논어냐구?
그런데, 생각이 나는 걸 어쩌나...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내게 처음 온 생각인데,
내게도 첫느낌이 중요하다. 평소에 좋아하는 말이지만, 이 영화를 본 뒤 바로 떠오른다.
사랑영화를 본 다음, 논어라... 공자왈이라... 좀 문제가 되긴 하지.
만남 황당.
사랑동기 황당.
사랑시작 황당.
결혼 황당.
엄마의 등장 황당.
발병 황당.
발병후 황당.
마지막 또 황당.
두 주인공의 우는 연기는 영화완 상관없이 참 이쁘게도 운다..
그 생각이 들어 내 자신에게 또 황당.
마지막으로 군자삼인행이 떠올라 황당.
하지만 다 보기는 했다. 이 영화를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내가 이 영화를 보고난 지금,
살면서 다시 기억해내거나, 새로운 것이거나, 떠오르는 것들을 쫓아가기로 한다.
나의 스승은 도처에 있다고 우기면서...
1.
알츠하이머, 레이건대통령이 앓고 있는 병이다.
기억이 사라져가는 병, 기억속에 있는 자신도 없어져 가는 병이다.
이 영화에서는 지우개라고 표현했다.
내게 알츠하이머가 지금 온다면, 반가운 손님일까? 아니면 불청객일까?
당연 불청객이다.
불청객의 기준은 또 뭐지?
내가 나의 기억을 잃어감이 내게 무슨 손해가 있을까? 난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억을 가지든 가지지 않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난 그냥 나일뿐,,,
지금의 나는 기억이 있는 나는 기억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그럼 지난 기억들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데...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기억을 잃어가는 것, 그것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다.
내가 아름다운 기억들로 가득채워진 여자라고 치자.
그렇다면 난 그 기억을 먹고 살아야 하나?
내가 너무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기억때문에 얽혀 살아야 하나?
지금 현재가 미래의 기억이라고 치자.
그렇다고 지금, 지금보다 더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알츠하이머,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많이 훼손시킨다는 그 병.
곰곰히 생각해본다.
그냥 평범한 한 인간이다.
그 인간에게 아니 단도직입적으로 나라는 인간에게 존엄성이 부여된 적이 있었는지 화가 나려고 한다.
이 황당한 영화에서 손예진처럼,
자상한 부모밑에서 부러울 것 없이 자라,
유부남이지만, 진한 사랑끝에 간통으로 감옥에 끌러갔다 나와도,
그래도 직장은 온전하고, 그 가정은 따스함으로 감싸주고,,
다시 전날의 기억따위와는 상관없이 이유도 없이,
한 눈에 뿅간 멋지고 잘생긴 남을 만나, 결혼을 하고, 더 없이 사랑을 하고,
착한 여자의 표본으로 살고... 그렇게 산 여자,
그 여자에겐 알츠하이머는 형벌이겠지..
그병에 걸려서조차 endless 사랑을 받는 그 여자에게 형벌이겠지.
그 인간은 존엄하니깐....
(사실같은 거짓말이 필요하다)
이런 황당한 인간을 제외한 , 나라는 인간은
학교에서 인간은 존엄하다고 배웠지만,
존엄한 자신을 본 적도 없는 나에게 알츠하이머라는 병은 뭘까?
미안하지만, 나에게 알츠하이머는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슬프게도 나에겐 아무 의미없음이며, 나와 관계한 인간들에게는 당연히 상관이 있겠다.
나와 관계한 인간. 그 인간들은 존엄하니까...
타인때문에 삶이 피폐해진 사람들,
그들은 피폐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며 인간존엄성을 이야기 하겠지.
나 또한 나 때문에 존엄성을 따지기 보다는 타인때문에 불이익을 당했을때만
"앗! 난 존엄한 인간인데,, 이런 대접을 받다니." 하면서 괴로워한다.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그들의 삶이 불편함, 더 나아가 피폐해지고 나서야,
의식하고 살지도 못한 인간의 존엄성을 운운하며, 자신의 불행을 곱씹는 것, 그거 싫다.
왜 이렇게 화가 나지?
알츠하이머... 그 병
그 병이 내 촉수들을 건드린다.
만약이라는 가정을 두고,
'그런 것은 죽어도 싫어' 하고 우기지 않는 내가 화가 나고
' 병의 결과가 내가 아닌 타인에게 옮겨가야만 한다는 게 화가 나고
옮겨가지만 안든다면, 난 뭐든지 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때문에 화가 난다.
알츠하이머 뿐일까/
삶에서 알츠하이머라는 존재는 도처에 깔려있다.
내게 알츠하이머는 일상일 수도 있다. 일상인 알츠하이머가 내가 아닌 내 곁의 사람을 더욱 견디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칭얼거림이라고?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난 웃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는 겉모양이 아픈 것이 아니라, 속이 사라지는 것이다.
난 여전히 웃고 있지만, 내 속은 이미 사라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 이미 사라진 것이 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지 못하듯, 나도 이미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디서든 스승이 있다기에 말의 끝을 잡고 맘이 시키는 대로 두드려놓았다.
확인을 클릭한 다음, 내가 뭐라고 주절거렸는지 내가 알아볼 일이다.
역시 알츠하이머는 오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의 대사들이다-
미움은 마음에서 방한칸만 내주면 되는거야
나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아요. 당신은 그냥 나한테 스며들었어요.
나는 당신처럼 웃고, 당신처럼 울고, 당신 냄새를 풍겨요.
나..집을 잘 못 찾아가겠어.
당신도 알잖아..내머리속에..지우개가 있다는거
나한테 잘해줄 필요없어요.. 어차피 다 까먹을텐데..
나 때문에 울게 하기 싫었는데...당신 슬퍼하는 모습 보기 싫은데…
행복하게만 해주고 싶었는데
하나씩 떼어 놓으면, 선문답처럼 짜릿한 맛이 있다.
각각 좋은 재료를 골라왔지만, 어울리지 않는 맛.... 아쉽다.
간만에 완전한 주절거림이었다. 날씨가 흐리다. 그래서 꿀꿀한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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