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아... 김기덕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을 보면서, 김기덕 감독의 얼굴과 참 닮았다 그랬다.
인간 그 자체인 영화, 그리고 그 분의 얼굴.
이해 받지 못할 인간이란, 없다.
죄...그리고 벌,
"너희들 중 죄 짓지 않은 자 있거든,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렇게 말했다.
죄 짓지 않은 인간은 없다. 세포사이 사이로 죄를 끼고 나온 인간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아담과 이브의 원죄가 끼어있고,
부처님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전생의 죄를 벗지 못하고 윤회의 틀을 돌고 있다.
인간이 죄 속에서 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이겨내고 극복해서 원죄에서도 벗어나고, 윤회의 굴레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는 것은 곧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죄를 짓지 않는 자만 돌을 던져라, 돌조차 맞지 말아라... 그건 더 큰 벌이다.
난 대답한다.
"내가 죄짓거든, 내게 돌을 던져달라."고, 돌을 맞아 내 머리통이 깨진다면,
그래서 피가 난다면, 난 시원할 것 같다고,
"내 죄를 용서하지 말아라, 머리통이 깨져 죽은 어떤 남자처럼 내 머리통도 깨져라."
영화 사마리아,,,
시작과 끝,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맘이 좀 편해진다.
그의 영화에 대한 평은 분분하지만, 난 그의 때로 엽기적이고 도발적인 그의 영화를 보고 나면
난 편해진다.
내 안에 들어있는 나의 악마성(?), 아님 그보다 좀 더 아래, 나쁨.
그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공통적인 것이라는 데 대해 안심한다.
내가 가진 나쁜 생각, 음탕한 생각, 그리고 이율배반적인 생각들이 내가 나쁜 *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공범자가 있다는 것은 감옥을 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갈 사람이 있다는 것, 덜 무섭다.
죄를 짓고도 덜 무섭다.
둘은 여행을 꿈꾼다. 나처럼..
내가 앙크로왓과 마츄피츄를 꿈꾸는 것처럼 그들도 여행을 꿈꾼다.
그들은 나처럼 무대책으로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저지른다. 그 방법.. 나쁘다.
원조교제.
바스밀다... 창녀인데, 그와 관계를 한 사람들은 모두 불교신자가 된단다.
여진, 원조교제를 하면서 직업을 묻고 이야기를 나눈다.섹스만 할 수 없어서 대화를 나눈다.
재영은 그런 여진이 이해할 수 없으나, 인정한다.
원조교제를 하러 나온 남자들, 참 이상하다,
감독의 카메라가 주는 눈길에 따라 그 흉악한 사람들이 그저 외로운 사람들로 보일 수도 있다니..
아무튼 거기 온 남자들은 그저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강도를 당해 쓰러져 있는 사람일 뿐이다.
모든 유대인들이 경멸하는 사마리아 여인처럼 여진은 그들을 일으켜줄 뿐이다.
그냥 쓰러져 있으므로 일으켜주는 것이다.
그런 여진이 재영앞에서 죽는다.
재영은 여진이 몸을 팔아 남겨 준 돈을 재영이 함께 했던 남자들과 차례로 다시 만나 돈을 돌려준다.
그 현장을 경찰인 여진의 아버지가 보게 된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그 장면을 보고서도 딸에게 말을 할 수 없다.
그저 몰래 딸의 남자들을 쫓아다니며, 그저 치워주는 것, 그리고 치우다 못 치운 남자는 감당치 못한다. 죽인다. 죽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딸과 여행을 한다.
딸.... 그리고 아버지.
대화할 수 없는 상대이다. 다만 서로 가슴이 아플 뿐이다. 서로에게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여자에게 자유로울 수 없는 아빠라는 남자.
남자에게 자유로울 수 없는 딸이라는 여자. 살면서 쭈욱 그렇다.
아버지는 평탄한 도로에서 운전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갈밭에서 딸에게 운전을 가르친다. 엔진에 시동을 걸고, 엑셀레더를 밟는 법을 가르친다.
브레이크를 밟는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이젠 너 혼자 가보는 거다."
그리고 아버지는 죄에 대한 벌을 받으로 간다.
딸은 혼자 서투른 운전으로 아버지를 따라간다.
서투르니깐 당연히 아버지를 따라잡을 수 없다.
소네트가 흐른다.
그 시점에 소네트가 흐른다.
각각 가는 길이 바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이얼이라는 배우를 보게 되었다.
세상을 보는 그의 눈빛, 세상과 100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모네가 그린 무지 큰 그림을 보려면, 그림과 뚝 떨어져야 하는 것처럼 ,
그는 세상이라는 그림을 뚝 떨어져 보는 그런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인도에‘바수밀다’라는 창녀가 있었어.
그런데 그 창녀랑 잠만 자고 나면 남자들이 모두 독실한 불교 신자가 된대.
날 바수밀다 라고 불러줄래".
"잠자리를 같이 하면 불교신자가 된다..."
참 잘 붙였다.
ㅎㅎ, 감독의 능력이다. 대단하다.
11일만에 영화를 다 찍었단다. 그런데 이 영화가 1박2일 동안 나를 사로잡았다.
삶에 대한 진지함, 처절히 진지한, 진지한 만큼 힘이 든,
어느 날 , 아주 오랜 뒤 어느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친구든, 애인이든, 아니면 가족이든, 선배든, 후배든, 어떤 이든간에,
아주 오랜 뒤 어느 날,
사느라고 수고했다는 말을 오가며, 뜨거운 눈물 한 방울 흘릴 날 있었으면 좋겠다.
"사느라고 수고했다."
"사느라고 수고했다."
그렇게 서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건 원죄에서 벗어난 것이며, 윤회의 틀에서도 벗어난 것이 아닐까 한다.
감독의 변.
(......)
2003년 8월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각오가 필요 없는 시대 속에 그냥 살아지고 그냥 길들여지고 분명한 이유 없이 화를 내고있고 어느새 화해도 없이 웃고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돌이켜 보는 것도 의미 없고 그럴 시간도 없는 현실...
무수한 사람들 속에 물고기 때처럼 이리저리 휩쓸리느라
옳고 그름의 판단은 갈수록 흐릿해 진다.
아물기 힘든 상처를 입은 후 돌연 한가해지면 무척 많이 울 것 같다.
나는 너 때문에 울고 너는 나 때문에 울며 서로 사랑하는 만큼 괴롭힌다. ......
우리는 머지않아 다 미칠지도 모른다.
- 2003년 8월 27일 홍천에서 김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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