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라고 말하더군요.
녹차같은 차 종류를 갈아서 마시는 것, 그런 차를 말차라고 말하더군요.
분말이라는 말과 같은 거구나, 오늘 아침에 생각했습니다.
왜 갑자기 말차라는 것이 생각난 것인지 저도 모릅니다.
그저 말차를 잘 마시는 방법은 거품이 나도록 잘 저어 마셔야 한다는군요.
말차를 가는 도구를 어느 파지에서 본 기억도 납니다.
가운데가 옴폭들어간 돌에다 동그란 바퀴가운데 막대기가 끼어진 것을 마치 굴리듯이
오락가락하면서 차잎을 갈더군요.
아주 조그만해 보이던데...
아주 작은 바퀴가 아주 작은 찻잎을 간답니다.
사실 먹을 양이 많지 않으니, 조금만 갈아도 되긴 할 것 같습니다.
순간, 바퀴밑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별로 아플 것 같지 않거든요. 조그만하니까, 그냥 조금 쓰리겠지요.
작은 바퀴안에서 내가 변하면 아니 내가 가루가 되어버리면, 난 전혀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거겠지요.
우리고 다리지 않고, 나의 찌꺼기가 세상에 남지도 않고,
내가 거품내며 잘 풀어지도록 저어주겠지요.
차는 찐 것을 보면 약간 검은 빛인데, 그걸 갈면 초록이 되고,
그것을 물에 타면 그 보다 연한 연둣빛이 되고...
거기다 거품이 일게 하면 거의 하얀 빛이 나는 차가 되겠군요.
오늘 아침 떠오른 것은
초록 위에 하얀 구름이 떠 있는 듯한 거품 많은 말차를 마시고 있는 저의 모습이지요.
말차를 마셔보고 싶었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상상하기에 따라 세상이 바뀌는 것,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인 것 같아요. 가끔은 아픔이 되기도 하지만요.
해풍이 부는 습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한답니다.
충분히 촉촉해야 한답니다. 단단해보이는 잎은 바닷바람을 모질게 맞아야 하고.
바닷바람을 모질게 맞아서 단단한 잎이 되고, 단단한 잎에 배이려면 습도가 높은 공기속에 있어야 하고, 습도가 높다고 다 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너무 단단해서 차잎속에 습기가 배게 하려면 촉촉한 공기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차잎을 따서 가마솥에 찐답니다.
그냥 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낮은 온도에서 비비면서 찐답니다.
아주 싹싹 비빈답니다. 그런데도 진물이 나지 않는답니다.
단단하고 질이 좋은 찻잎은 아무리 비벼도 그 모양은 변하지 않는답니다.
연약해 보이는 잎을 뜨거운 가마솥에다 대고 문질러서, 아주 오래도록 비벼서 차가 만들어진답니다.
그 차잎을 100도 끓는 물이 아니라 한풀 죽은 물에다가 넣으면 신기하게도 차잎의 모양으로 돌아온다지요.
그저 그 사이의 일들은 시침떼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답니다.
참 센 놈인가봅이다.
그런데 쪄낸 찻잎을 갈아서 마시기도 한답니다.
갈아마시는 차가 말차랍니다.
드셔보셨나요? 전 못 먹어보았습니다.
그냥 가루녹차를 마셔보았습니다. 풀냄새 너무 짙어서 첨엔 좀 역하더라구요.
말차는 거품을 내고 마셔야 한다. 그 말이 오늘 떠올랐습니다.
출근을 해서 가루녹차를 생수병에 담아서 마구 흔들었습니다.
오직 거품을 내기 위해서요.
원래 그렇게 하면 안될것 같은데... 그렇게 마구 다루면 안될 것 같은데...
거품이 났습니다.
마셔보았습니다.
풀냄새의 역함이 사라지고, 그저 이게 뭔가 싶게 입술과 입안에서 거품이 헤매돌았습니다.
그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지?
찻잎이 간절히 생각나기도 하고
찻잎과 너무 달라서 남같기도 하고.
말차와 찻잎은 서로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
제가 아침에 마신 말차는 그 뿌리를 너무 닮기도 너무 닮지도 않기도 했습니다.
가루녹차가 말차는 아니지요. 그런데 그냥 그렇게 해봤습니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도 내가 생각하는 것과 사실은 얼마나 다를까요?
그래도 그냥 주절거립니다.
말차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야 하겠습니까?
참 많이 거쳤지요.
모든 차들이 그렇지만, 거품이 하얗게 부풀은 말차는 참 많이 겪는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처음을 알아서 그렇겠지요.
다른 모습을 알아서 그렇겠지요.
말차의 맛이 다르면서도 같아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달라서,
그 모양도 달라서......
마치 먼나라로 입양되어 우리말 못하는 입양아의 모습 같았습니다.
그저 말차라고 우길 뿐인데...
신기한 마음에 들여다 보다가 주절거려봅니다.
이제 가라앉았네요.
위는 말간 물이고, 아래로 가루들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거품의 모양으로 물과 섞이는 듯 하더니, 강제가 아니면 원래 섞일 수는 없는 것인가봅니다.
흔들면 다시 거품내고 섞이려나?
진짜 말차랍니다. 다르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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