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혹은 인연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예상치 못한 만남, 그 만남에서 이어지는 또 다른 만남.
지난주, 모씨를 처음 만났다.
모씨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인 듯 하다.
모씨는 다른 모씨의 선배인데, 묻어서 만났던거다.
모씨와 잠깐 이야기 중에 모씨가 좋아하는 책을 몇 권 소개받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항상 만나던 사람을 만나고, 알고 있었던 사람만 만나게 된다.
알고 있었던 사람은 그 정서상 거의 같은 류의 책을 읽는다.
모르는 사람, 몰랐던 사람은 그들이 나와 다른 세상에 살았던 것처럼 그들이 즐겨 읽는 책 또한 다른 세상이다.
모씨가 추천한 몇 권의 시집은 최승자시집, 장정일시집, 최승호시집, 황지우시집.
황지우시집을 빼고는 모두 낯설다.
내가 요즘 보고 있는 영화들처럼, 나와는 안 맞다고 밀어두었던 것들이다.
요즘 내가 보고 있는 영화 그러니까 흥행위주의 영화를 보며, 그저 흥행영화가 아니라,
어쩌면 내가 붙이고 살아야 할 세상인 듯하여 그 영화를 통해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구경했었다.
모씨가 권해준 시집들이 또한 그렇다.
다른 세상이다.
고흐, 고갱, 렘브란트, 모네,... 좀 더 나아가야 샤갈정도의 세상에서 편안해 하던 나는
피카소가 열어놓은 입체파의 그림을 보았다고 해야하나?
아마 그 만남을 따라가다보면, 추상화가 나오고 비디오아트가 나오겠지.
만남이 나에게 보여주는 세상이 기대된다.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저 활자들이 움직이는 듯, 몸 여기저기에 박히는 느낌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에 있는 수억의 모공들이 일제히 열리는 느낌이다.
오늘 아침 전철에서 김현님의 책 [젊은 시인의 상상세계]중, 최승자부분을 읽었다.
-물론 모씨가 권해준 목록 중의 하나
김현님이 골라낸 최승자시인의 시, 그리고 김현님의 댓구,,,, 복잡한 전철에서의 나,
행복했다,
그 순간 느꼈던 몽롱함이 카타르시스라면, 아마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 같다. .
시인의 시, 그리고 절창인 댓구.
이상한 여자처럼 아침 출근길에서 웃어버렸다. 참지 않고 웃어버렸다. 좋아서 웃었다.
만남이라는 꼬리를 잡고 타고 들어간 곳이 너무 아름다워 웃었다.
내가 너무 기특해서 웃었다.
사무실에 출근을 해서 열어본 블로그에 또 하나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기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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