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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퇴근하는데..

by 발비(發飛) 2005. 11. 14.

7시면 캄캄하다

퇴근을 하려고 문을 나섰다.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빗소리가 후두둑 후두둑 들린다.

 

맞어.

비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애.

추운데 비까지 오다니...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장님이 사무실에 계신다.

 

"사장님! 지금 비와요."

"많이 오니?"

"네 무지 많이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춥나?"

"내 우산 거기 있지?"

"네 우산 꺼내 놓고 갈께요."

 

그리고 우산 챙겨들고 나왔다.

우산을 펼쳤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비가 우산에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라, 뭔가 긁히는 소리가 난다.

뭐지?

혹 눈은 아니겠지?

무지 추워서 눈일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한 것 불과 몇 초이다.

곧 가로등이 있는 골목으로 나왔다.

그런데 뭔자 이상한 것, 땅이 말랐다. 분명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는 것 같은데...

우산을 비껴내리고 하늘을 봤다.

비는 내리지 않고, 낙엽들이 바람에 펄펄 날리고 있었다.

바람에 낙엽소리를 빗소리로 잘 못 들은 것이다.

소리 참 좋다.

 

그런데. 이를 어쩌지?

사장님께 다시 들어가서 비 안 온다고 말씀 드려야 하나?

아님 전화를 해야 하나?

아님 그냥 둘까?

 

난 3번을 하기로 했다.

ㅋㅋ

사장님은 아마 골프우산을 가지고 나오실 거다.

그리고 나처럼 어두워 우산부터 켜실 것이다.

그리고 환해질 때까지 그 우산을 그대로 들고 가실 것이다.

마치 내가 비를 본 듯이 말했으니까...

어쩌지?

내일 또 종일 씹히게 생겼다.

그런데 웃음이 난다.

 

할아버지 사장님은 우산을 다시 사무실에 놓고 가실까?

아님 그냥 집으로 가지고 가실까?

아님, 혹 비가 오나 안 오나 검증한 다음에 우산을 갖고 나가시진 않으실까?

3번에 걸리면, 난 내일 더 씹힌다.

 

결과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 소리는 참 아름다운 가을 소리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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