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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영화]스캔들, 남여상열지사

by 발비(發飛) 2005. 11. 2.

어젯밤 컴으로 다운을 받아서 본 영화, [스캔들. 남여상열지사]

개봉관 영화를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이상한 성격이지...

사람들이 많은 틈에서 보는 것이 적응되지 않는다.

혼자서 조용히 텅빈 극장이 좋다.

개봉관 특히 흥행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이 영화 또한 개봉전부터 떠들썩했던 것이라, 애초부터 볼 생각이 없었다.

 

이제 보고 싶은 생각, 떠돌아다니는 대사의 실체를 봐야지 싶었다.

 

한마디로 좋았다.

새벽까지 본 영화, 새벽까지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일단 배경이 좋다.

-서울 한옥마을, 안동하회마을, 봉화닭실마을....또 무슨 절이라는데..

그리고 대사가 좋다.

-카피같은 대사들이다.

그리고 또 전도연의 연기가 좋았다.

-어제 프라하의 연인도 같이 다운 받아서 봤는데... 전도연만 한 5시간 본 것 같다. 이쁘다.

 

난 이 영화를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일단은 소단락을 짓는다.

조원. 조씨부인, 숙부인... 세사람 모두 사랑에 상처받은 장애인들이다.

그래서 진짜 사랑에 버벅거리는 장애인들...

 

 

           

 

 

조원이 그리는 그림들,

그것은 영화원작 스캔들의 패러디일 것이나, 당시로서는 알길 없었을,,,그림과 스토리와의 만남.

같은 장면이 스크린상으로, 그림으로 나올 때 느껴지는 느낌.

더 실제같은 , 더 애절한, 더 농한 느낌이었다.

실제의 사랑과 붓끝에서 시간을 늘여 그려지는 그림은

아마 붓끝에 실린 화가의 농염함이 묻어나 더욱 더 사실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들이 하는 야한 장면보다는 그림에서 언듯 비치는 그 장면이 얼굴을 더 붉게 만든다.

손끝!!!! 때문일것이다.

유지하는 시간때문일 것이다. 포스터 또한 그렇다. 

 

          

 

참 이쁘다.

전도연, 숙부인으로 보지도 못한 남편이 죽고 쭉 수절하고 있단다. 이제 27살이란다.

요즈음,27세와 좀 다른 정신연령, 육체연령을 가진 옛사람들..

(40살을 보고 할아버지라 표현했다. 충격이었다. 정말 그랬을까? 그랬을 것 같다.)

 

숙부인...

인간의 본능이라면, 사랑이라는 본능은 인간이기이전에 동물로 분류되는 모든 것들의 시작일 것이다.

그런 것은 나와는 상관없다고 말한다.

자신은 이미 한 남자의 아내로 이세상에서의 인연은 끝이라 하였다.

덮어둔다. 꽉꽉 눌러 덮어둔다. 눌러두면 눌러둘수록 팽창해간다.

몸이라는 그릇은 커지지 않고, 내 속에 든 사랑이라고 분류되는 몇가지 욕망은 서로 엉켜 화학작용을 한다.

한 점 불을 당길 불순물만 떨어진다면, 부글거리며 팽창하고 급기야 터져버린다.

이성조절불가다..

적당히 흘려가며 사는 사람의 사랑은 폭발력이 없으며, 또한 끊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랑에 담을 높이 쌓고 사는 사람의 사랑은 한 순간 폭발해버린다.

그땐 아무도 못말리지... 말릴 수가 없지.

그대로 폭발,,,그래서 자신조차 남지 않지. 완전연소되어버리는 그런 사랑..

눌러서 묵혀서 닫아서 그렇게 만들어지는 사랑..

 

그런데 만약, 그 사랑이 조금의 틈이 결국은 주어지지 않아

그대로 썩지도 않고 발효도 않고, 말라죽어버릴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건 폭발보다 더 싫군!

 

    

 

'내가 수많은 이에게 상처를 준것이
..다시 내게 돌아올듯해서 나는 그 진실을 외면했다."

 

조원, 그를 색마라고 해야하나. 아니다.

그는 첫사랑을 사촌누이인 조씨부인과 했다.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첫사랑.. 누구나 안다.

첫사랑의 질에 따라 평생 사랑을 대하는 모습이 달라진다.

질투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자신 옆에 사랑하는 이를 둔 사람. 그 사람의 첫사랑이 애절하고 깊었다고 질투하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랑의 깊이와 넓이가 바로 자신에게 줄 사람의 최소단위가 됨을 알아야 한다.

첫사랑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릇의 크기가 좁아, 누구와 사랑을 나누어도 퍼 옮겨담기 바쁠 것이다. 간직하지 못하는 사랑이 될 것이다.

 

조원.. 그는 첫사랑의 깊이는 깊으나. 넓이가 없었다.

왜? 한번도 맘껏 그의 첫사랑인 조씨부인을 불러본 적도 없으니, 그 넓이를 어찌 알까?

누구의 이름을 애절한 마음으로 불러 볼 수 있을까?

부를 수가 없을 것이다. 한번도 제대로 불러 보지 못한 첫사랑의 이름이 입에 돌아 지금 자신 옆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 못할 것이다.. 이제 첫사랑을 잊었든, 있지 않았든 말이다.

 

사랑의 상처가 있는 조원은, 누구에게도 맘을 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상처 받았듯, 남에게도 상처를 준다. 세상 모두를 아프게 하고서야, 자신과 세상이 같은 아픔을 가진것이라고 편안해한다.

그가 몰두하는 그림이나, 여자나,, 그는 한번도 올인되지 않는다...

 

      

 

    

 

조씨부인... 물론 조원의 첫사랑, 그리고 자신도 조원을 사랑한다.

철저한 이중생활을 하는 여자. 이젠 조원에 대한 사랑도 변질된 모습으로 굳어버린다.

시간이 그렇게 만들었다.

조원을 사랑하며, 남편의 옆에서 정숙한 여인의 모습을 가지며, 그리고 또 다른 성의 비상구를 오가는 여자... 이중, 삼중, 다중의 삶을 살고 있는 여자.

한번도 충족된 적 없으리 싶다.

진실이라는 이름과 거리가 먼 여자...

어느 누구에게도 진실로 대한 적이 없는 여자.

자신의 이중성을 혼자 있을 때만 곱씹는 여자.

 

난 이 여자가 싫다.

가장 불쌍한 여자다.

 

"통하였느냐?"

 

이처럼 멋들어진 말이 또 있을까...

(그런데 이보다 더 질투가 묻어있는 말 또한 있을까? 제발.. 아니어라 하면서 물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를 연민할 수 없다.

 

 

그것에 비하면 전도연이 연기한 숙부인은 며칠이지만, 제대로 몸을 태웠다.

 

 

    

 

그들의 게임은 끝났다. 진실이 시작된 것이다.

수부인도 조원도 한 베일을 벗어버린다.

어떤 기교가 필요없이도, 그들은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없었다 했다.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온갖 방사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연구(?)를 한 조원이 그랬다. 그런 것이 필요없었다고...

 

숙부인 또한

 

"도련님이 있어 아까운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말로써, 난 이 말을 할 수 있는 숙부인이 대견했다.

 

사랑에 서투른 여자, 사랑하면 절대 안되는 여자의 입에서 나온 저 말...

 

어쩌면 옛날 술도가에서 소주를 끓일 때

올라오는 증기를 모아 흘러나오는 첫 방울의 소주가 아닐까?

그 독하고도 짜릿하고, 그리고 쓴,,, 무엇보다 온 몸으로 확 퍼져버리는 소주 한 방울.

그녀의  이 말은 나에겐 소주의 첫 방울 같았다.

그 맛일 것이다.

 

사랑에 빠진 조원.

난 이 대사를 영화를 보기 전에 들었을 땐, 그냥 사랑없이 게임만 즐긴 조원의 말인 줄 알았다.

 

맙소사..

겁이 나서, 사랑에 빠지는 것이 겁이 나서,  한 말이었다니. 바보!

 

"그대가 나를 사랑하는 알고부터 내 마음이 변하더이다."

 

이리 무서운 말을 하고서야, 그는 사랑에 발을 뺐다고 생각했다.

그리 쉬운 것이 사랑이라면, 세상에 사랑은 차고 넘쳐버릴 것이다. 절대 안됨이다.

발정기를 가지지 않은 인간이 사랑에 쉽게 빠진다면 큰일 날일이다.

하느님은 공평하다,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하는 짐승에게는 발정기를 만들어 주었고,

사랑을 할 능력을 가진 인간에게는 쉽지 않는 쌍방사랑을 주었다.

인간의 사랑은 코드와 콘센드이다. 짝이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어렵다.

 

조원은 조원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라서 어려운 사랑을 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쉬운 사랑은 없다. 없어야 한다.

 

 

둘은 죽는다.

한사람은 늦게 깨달은 사랑을 찾아가다 죽고, 한사람은 죽은 사람과의 재회를 위해 죽는다.

(사실 이 장면은 좀 허탈했다. 그래도 그냥 좋다고 한다.)

 

이승에서 인연이 없으면 어떠하리.

사랑 품고 가는 마음..저승이라고 두려움이 있을소냐..- 숙부인이 남긴 말이다.

 

그리고 조씨부인은 조원이 남긴 마른 꽃을 날리며, 떠난다.

 

슬프다.. 그리고 다행이다.

가짜가 아니고 진짜였으면 싶다. 누구나 어려운 것이 진짜였으면 싶다..

공평한 거니까... 그런 거니까..

 

그냥 가을에 본 사랑 영화라서, 튕기지 말고 그저 저런 모양도 있구나.

하고 스펀지 같은 맘으로 영화를 보았다.

몇 편의 영화를 그런 맘으로 볼 것이다. 그럼 나도 같이 사랑에 빠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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