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을 다시 만나고 왔다.
어제 그 시간 그 자리에 앉아서 다시 그들을 보았고, 어제 이 시간처럼 그들을 생각한다.
사실, 오늘 갈 생각은 아니었다.
며칠 있다가 가 볼 생각이었는데,
눈에서 맴보는 영상! 그것을 다시 보고 싶은 맘을 누를 수가 없었다.
스크린을 찍으러 극장에 갔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철길..
요코와 하지메는 각각 다른 전철에 있어, 그들은 스쳐지나갔다.
서로 다른 곳을 보았었다.
마치 숨은 그림으로 전철과 철길를 찾아야 할 듯한 장면.
그리고 그 아래를 흐르는 반짝이는 물
(후레쉬 죽이고, 손바닥으로 새는 빛을 막고 셔터를 눌렀다)
난 이 장면을 인터넷에서 찾았으나 찾을 수 없었으므로, 스크린을 찍으려고 다시 영화를 보았다.
하지메가 떠나는 전철의 소리를 잡아 두는 것처럼
나도 나에게 짠하게 와닿는 그 철길의 느낌을 잡아두고 싶은 것이다.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철길이다.
맘이 급해서 몰래 찍느라 줌을 당기지 못했다.
그래서 느낌이 좋기도 하다.
전철들이 엇갈리는 곳,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목적이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이 길을 따라 간다.
영화의 끝부분.
똑같은 장소가 나왔을때, 그들은 함께 있었다.
전철소리를 녹음하러 나온 하지메,
전철 안에서 잠이 든 요코
요코를 쳐다보는 하지메.
깨어보니 옆에서 자신을 말없이 보고 있는 하지메
하지메가 전철의 소리를 녹음하는 동안 그 옆에서 마냥 기다리는 요코.
그런 침묵이 비어있는 공명이 아니라, 가득함이라면,
침묵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충만함이라면, 난 그렇게 들었다.
전철은 엇갈려가지만, 철길도 영영 다른 길로 가는 것 같지만,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듯, 교차되어가고, 스쳐가고, 가면 또 오고, 오면 또 가고
그렇게 전철들이 보이는 장면이다.
그저, 올려본다.
그리고 그저 바라본다.
어떤 전철이 가고, 어떤 전철이 오고.... 그 시작과 끝이 보인다.
계속 눌렀다.
난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다시 영화를 보았다.
다시 보아도 좋은 장면이다.
아름다운 영상이다.
ps:
다시 본 영화에서 소리를 보았다.
평범한 일상이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내었듯,
이 영화에서는 평범한 소리들이 영화를 채우고 있었다.
영화음악이라고 한다면,
(사실 어제는 주제가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요코가 한 음악가의 자취를 따라가는 장면에서는 그 음악가의 피아노곡이 흐른다. 감성선을 따라서...)
그외의 모든 소리. 내가 들은 소리들은
전철소리
-출발하는 소리, 도착하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전철소리, 안내방송소리, 바퀴가 미끄러지는 소리, 전철문 닫히는 소리, 흔들리는 소리.
요코가 내는 소리
-빨래 너는 소리, 핸펀 열고 닫는 소리, 열쇠 탁자에 놓는 소리, 가방 매는 소리, 신발 끄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 냉장고 문 여닫는 소리, 책 펴는 소리,
하지메가 내는 소리
-거의 없다. 그는 거의 소리를 내지 않았다. (요코를 위해) cd플래이어 찾고 트는 소리, (요코를 위해 요리할 때) 음식 담는 작은 소리.
요코의 부모님이 내는 소리
-엄마의 요리하는 소리, 아버지의 물 마시는 소리, 맥주 마시는 소리, 음식 먹는 소리, 긴 숨소리,
성묘가서 비석 닦는 소리
...
이런 소리들은
마치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소리를 녹음해서 마치 확대한 듯 들리는 소리와
같은 느낌이었다.
별다른 장식이 없으면서 그리고 카메라의 현란한 놀림이 없으면서도
생동감이 있는 것은 이 소리들이 확대되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두번째 본 카페 뤼미에르는 소리를 따라 다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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