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밤, 소년은 몰래 덕쇠 할아버지네 호두밭으로 갔다.
낯에 봐 두었던 나무로 올라갔다.
그리고, 봐 두었던 가지를 향해 작대기를 내리쳤다.
호두송이 떨어지는 소리가 별나게 크게 들렸다. 가슴이 선뜩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굵은 호두야 많이 떨어져라, 많이 떨어져라,
저도 모를 힘에 이끌려 마구 작대기를 내리 치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열 이틀 달이 지우는
그늘만 골라 디뎠다.
그늘의 고마움을 처음 느꼈다.
불룩한 주머니를 어루만졌다.
호두송이를 맨손으로 깠다가는 옴이 오르기
쉽다는 말 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근동에서 제일 가는 이 덕쇠 할아버지네 호두를 어서 소녀에게 맛보여야 한다는 생각만이
앞섰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