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서울아트시네마를 이제서야 갔다.
그것도 시사회때문에... 그래도 다행이다. 그 곳에 앉았다가 올 수 있어서..
지난 주에 인사동에 갔다가 약속시간을 기다리는 사이 눈팅이라고 할까 싶어서 올라갔었는데.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었다.
생각보다 훌륭해서 대견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건재해서...
인사동쪽에서 본 낙원상가..
보기엔 심란하더구만.. 멀리서 보이는 포스터가 찡하다.
왜? 모른다. 왠지 버티기 한 판 들어간 것 같아서 찡하다.. 그래도 좋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저 건물에 감투상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곳을 보면 생각나는 영화 [극장전]에서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오늘 본 영화에서도 낙원상가가 나왔었다.
누구나 단번에 어디인지 알 수 있는 곳이다.
밑에서 보던 심란함과는 딴판이다.
안국동 뒷쪽 옛날 서울아트시네마가 자유구역이었듯이 이 곳도 자유구역이다.
표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 젊은 모습들.. 자유다.
이상하게도 비슷한 동숭아트센터와는 다른 자유의 모습이 느껴진다.
뭐라고 표현할까?
김구와 안중근!
만델라와 체게바라!
아무튼 동숭아트센터보다는 좀 더 전투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다. 좀 더 열악해서겠지.
안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작은 매점도 있었다.
자꾸 비교하게 되지만, 지난번 선재아트센터지하를 임대해서 있을 때는 그런 것은 없었는데.
자판기가 다 였었는데... 이 변화에서 장 단점...
앉을 의자가 많아졌다는 것은 좋은 점.
하지만 모두 계단에 걸터앉아 같은 종류의 커피를 마시던 일종의 낭만이 사라진 것은 단점.
비싼 간식을 먹을까 말가 고민이 필요하다. 오늘 안 먹었다.
서울 아트시네마는 낙원상가 4층이다.
그 곳 옥상이 마당이 되기도 한다. 옥상 둘레에 서면 사방 빌딩군들이 다 보인다.
종로 1가쪽에서 5가쪽까지.. 이제 청계천쪽까지의 불빛들이 휘황하다.
서울 시내 한복판 낮은 옥상에서 보는 서울, 좋다.
그리고 바로 아래 고개를 숙이면 족발집, 선술집들...
낙원상가 양쪽 옆으로 아직도 남아있는 족발집.. 테이블 한 두개가 모두인 그 곳에 모인 사람들...
참 어리석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들도 보인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간다.
사람들이 모두 빠지고 난 극장안은 붉다.
온통 빨간색인 극장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 곳 저 곳... 왜 좋은거지?
아마 오늘 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라는 영화가 괜찮았었나보다.
사실 괜찮았고..기분 좋은 영화였었지.
옛날식 자리 배치때문인지 앞사람의 머리가 관람에 방해가 되었었다. ㅎㅎ
근데 웃기게도 그것이 짜증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웃었다. 앞 사람의 앉은 키를 측정해보는 것. 참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극장의 좌석이 많았다.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이제 난 그리고 우리는 극장이라면 상영관을 몇 개 두고 마치 소극장 처럼 만들어놓은 것에 익숙한 모양이다. 모든 것이 새롭게 받아들여질만큼 시간은 흘렀나보다.
영사실이다.
이 곳을 보면 생각나는 것, 시네마천국!
내가 몰두해서 영화를 보는 사이, 이곳에서는 빛의 모습으로 영상이 쏘아지고 있었겠지.
빛이 이야기가 되어 나에게 들려주는 것이겠지.
빛이 이야기가 되는 영화... 그래 그래서 영화지..
빛이 들려주는 이야기인 영화가 난 좋다.
사람들은 연극을 좋아한다지만, 난 사실 연극은 별로다.
연극에 마주한 배우들을 보면 난 의무감이나 강제성이 느껴진다.
그들의 수고로움에 비평이나 비판없이 아무생각없이 무조건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야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 눈빛이라도 맞춰지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빛이 전해주는 영화에서는 난 배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도 있고
웃고 울 수가 있다. 그들이 나를 쳐다보아도 난 뭐든지 할 수 있다.
빛이 전해주는 이야기.. 저곳에서 빛이 쏘아진다. 창이 이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각종 예고포스터들이 사방에 붙어있다.
이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에 붙여놓은 그림이다.
무슨 영화장면인지,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그곳과 너무 잘 어울린다.
나도 그 옆에 서고 싶다는 충동을 일게 만드는 ..그런 설정..
영화의 작은 설정들 , 그리고 작지 않은 그림이나 감성들이 좋다.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모두 셋팅된, 완벽하게 셋팅될 때라야만 우리가 감동할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곳에다녀왔다.
왠지 이 곳은 다른 극장보다 만드는 사람들과 좀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든다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을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그 곳에 다녀와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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