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카메라발이라는 말을 믿는다.
이 차밭은 눈으로 보면 그리 넓지 않는 차밭이다.
그런데, 나의 포즈가 중요하다.
자세를 낮춘다. 최대한 길게 보일 수 있는 자세로
그리고 카메라를 풍경사진으로 맞춘다. 그리고 줌으로 적당히
조절해야만 한다.
눈을 절대로 화면에서 떼면 안된다.
가장 길게 보이는 순간
가장 넓게 보이는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그리고 셔터를 누른다.
일종의 트릭이다.
endless 밭고랑이 되었다.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선운사 차밭이 무지 넓은 줄 알 것이다.
사실 그리 크지 않은 텃밭보다 넓은 정도이다.
그런 경우가 많다.
사람도... 실제보다 부풀려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베스트셀러 극장에서 전도연이 나오는 드라마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보성차밭이 환상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난 흥분해서 보성을 찾아갔었다.
그런데...보성 차밭
텔레비젼에서는 며칠을 골사이로 뛰어다녀도 끝이 없을것같은 차밭이...
애게?에개?에게?애개?(어느거지?)
난 그 때 생각했다.
나도 카메라로 속이는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남의 카메라발에는 속지 말자.
오늘처럼 촉촉한 날은 안개가 조금 낀 초록을 보면 참 이쁘겠다.
카메라발이라도 참 이쁘다.
보고 싶다.. 선운사 옆마당에 있던 차밭...
선운사를 유명하게 만든 미당 서정주, 그리고 미당이 만나지 못했다는 동백...
난 좀 늦은 봄에 갔더니, 저 한 송이밖에 만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 봄 선운사에서 좋았던 것은...
선운사 입구에 말끔히 세워진 미당시비.. 거기엔 선운사 동백시가 전편이 음각되어져 있다.
크고 멋진 시비가 있다..
선운사 옆길을 돌아다니는데..
계곡 건너편에 큰 바위가 놓여져 있었다. 왠지 가까이 가보고 싶어 다가갔다.
그 곳에는 좀 오래된 듯 한 바위에 흐리게 보이는 미당 시비라고 적혀 있었다.
새로운 것을 만드며 전에 것을 버려놓은 듯 싶었다.
가까이 가지 않으면 볼 수 없었던 시비..
미당이 살아계실 때 자신의 시비를 보며 기뻐했을 그 시비는 버려져 있고
미당이 본 적없는 반질거리는 시비만 넓다란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다.
내겐 이름을 겨우 읽을 수 있는 옛시비가 찡 했다.
목 쉰 육자배기 가락이 들리는 듯한 시비다.
저 시비에 기대어 막걸리 한 잔 먹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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