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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울릉도 기념

by 발비(發飛) 2005. 9. 22.

 

 

성인봉에서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원시림구역이 있다.

이 구역은 현무암이 지천으로 깔려있었다.

현무암...

손으로 들면 마치 스폰지를 든 듯 너무 가벼운 돌..

그래서 이번 나비가 스쳐갔을 그 자리가 유난히 패여 있었다.

 

울릉도 현무암은 색깔이 너무나 다양했다.

아마 자연이 낼 수 있는 색은 다 있을 듯 싶었다.

제주도는 검은 색만 있는데,

울릉도는 하얀색부터 검은색까지 12가지 크레파스처럼  그득했다.

 

제주도에서는 현무암의 방출을 법으로 막는다는데, 울릉도에서는 그런 말이 없다.

그래도 좀은 쫄면서

현무암 세덩어리를 가방에 챙겼다. 진정한 기념품이라 생각하면서...

데리고 오지 못한, 하얀색 현무암과 자주빛 현무암도 보고 싶다.

혼날거 같다!

 

 

ㅎㅎ...

그리고 그 아래있는 회색봉지.

"기분이 안 좋을 때 사용하세요"라고 적혀있다.

 

울릉도로 가는 배는 완전 지옥이었다.

파도가 너무 높아서 2시간 걸린다는 뱃길이 세시간.

그리고 우리 배가 정박할 도동항이 아니라 저동항에서 배를 내렸다.

배가 마치 물새가 바다위를 나르듯, 그렇게 날았다.

한 번씩 배가 하늘로 날 때, 내 뱃속이 한 번 물갈이를 했다.

 

고마운 회색봉지다.

저 봉지 하나씩 붙들고 더 이상의 추태를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오직 위로 받을 것이라고는 회색봉지뿐이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부여잡고 있었던 저 봉지.

 

이 보다 더 기념할만한 물건?,,, 내가 이 봉지를 챙기자,

옆에서 핀잔주었던 이들 생각나는군만..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안이다.

나의 정상적인 손이다.

왼손은 멀쩡하다. 그런데...

 


 

팅팅 부었다.. 왜일까요?

그리고 간지럽고 아프고.. 자꾸 붓는다.




성인봉 정상에서 나를 기다리는 놈이 있었으니, 그 놈은 바로 땡벌이었다.

 

앗! 하고 소리쳤지만, 그건 이미 내게 침을 꽂은 뒤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벌에 쏘였다.

그것도 비내리는 성인봉 정상에서 그 놈 벌을 만났다.

 

그 놈의 벌은 독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한송이 피지 않는 그 정상에서 살아남은 놈이니... 알만하다.

옆에 서 있던 사람이 벌침을 빼주었다.

 

모든 사람이 걱정보다는  농담을 한다.

무병장수하겠다느니, 보톡스를 맞은 거라느니...

벌에 쏘이는 것은 나쁜일이 아닌가보다. 나는 아프고 간지러웠는데...

어제는 손목까지 부어오르고, 아프고, 간지럽고,,,

 

엄마와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더니.. 벌에 물렸다고.

그저 웃으면서 "안 죽는다. 일부러도 맞는데 잘 됐다."그러신다.

 

참! 나!

어쨌든, 도저히 못 참겠어서  약을 먹고 나서 좀 가라앉아 지금 사진을 올려본다...

기념할만한 것도 가지가지다...

 

내가 울릉도를 간 것을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이

기념으로 오징어 한 마리, 엿 한 조각없냐고 나에게 핀잔을 준다.

 

난 어디가서 무엇을 사는 것을 별로 즐겨하지 않는다.

사실 다니는 것만으로도 헉헉거리는데,,

기념품을 살 여력은 없다.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정치적,... 모두 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내가 가지고 온 기념품이 생각났다. 쿡쿡! 웃는다.

회색비닐봉지... 두개 가지고 왔는데, 하나 줄까?

현무암은 언감생심... 절대 안됨!

 

그런 기념품... 그사람에게 이 얘기는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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