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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울릉도-유배를 꿈꾸는 섬

by 발비(發飛) 2005. 9. 21.




 


1.입항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리 호락한 곳이라면 아직 한 번도 못 가 봤을 리가 없다.

배는 마치 에버랜드에서 탔던 후룸라이드와 같다. 대단한 파도...

난 주위에서 들리는 구토의 소리들로 나를 격리시켰다.

엠피의 소리를 최대한 크게 울리고, 난 그 음악의 리듬과 파도의 리듬이 잘 맞는 시점 찾기 놀이를 했다.

격정적인 [조쉬글로반]의 음악과 파도소리가 딱이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멀미는 질긴 놈이었다.

 

 

 

 

2.내수전전망대

 

높이 자리한 것들에서는 세상이 보인다.

그 높던 파도도 전망대 위에 올라서서 보면 한낱 작은 물결일 뿐이었다.

높은 곳을 향해서 오른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을 좀 더 편히 보고 싶은 욕망에서 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곳에서 내려다 본 울릉도는 평화로웠다. 더불어 나도 평화로웠다.

그리고 빠트릴 수 없는 것! 바람

바람이 원래 그리 시원한 것이라면, 진한 바람 한 번 내 몸에 일었으면 싶었다.

바람에 몸을 맡기는 순간, 나라는 사람은 혼이 나가더라... 좋더라...

 

 

 

 

 

 

 

 

 

 

 

 

 

 

 

 

 

 

 

 

 

 

 

 

 

 

 

 

 

 

 

 

3.좌현 그리고 우현

 

그 길의 이름이 무엇일까?

그냥 좌현 우현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앞으로 오른쪽으로 턴할 수 있고, 또 왼쪽으로 턴할 수도 있다.

우리 일행은 오른쪽으로 턴을 했고. 거기도 나쁘지 않았다.

일행의 대부분이 떠나고,  왼쪽으로 한 번 턴을 했다.

아름다운 곳이다. 멋진 곳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 곳을 나누어 보고 싶었다. 같이 감탄하며 같이 경치에 취하고 싶었다.

그 곳이 멋지다고 엄청 주절거리며 다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뒤 트래킹을 했던 사람들과 그 바다에 다시 나왔다.

보름달이 떴다. 달빛이 바다에 비치고,,, 잔을 들어 잔 안에 달을 담고 한 잔 꼴깍...캬~ 죽음이다.

이태백이 왜 달빛에 반해 물 속으로 뛰어들었던지 공감이 가는 순간이었다.

세상에 이상한 일은 없다.

이제 바다와 달빛를 보는 순간  이태백의 죽음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4.트래킹

 

산을 오를 땐 마치 목숨을 걸고 오르는 것처럼 한다.

트래킹...

일단 성인봉까지는 등산이지...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유유자적을 세뇌시키며, 최대한 시간과 공간을 즐긴다.

이른 새벽 안개낀 성인봉... 전설의 고향이다.

사물은 뿌옇게 다 보이지 않을 때 진정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미니스커트보다 옆이 약간 터진 긴 스커트가 더 섹시하듯,,

덮여져 있으면 언뜻 보이는 것들이 숨이 막히게 아름다웠다.

 

 

 

 

 

 

 

 

가장 아름다웠던 곳을 말하라면, 난 나리분지를 말한다.

사방 봉우리로 싸여있으면서 평원인 나리분지다.

온갖 야생화와 들풀들... 그들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 부지런이 셧터를 눌렀다.

보라색 갈대,, 바람에 일렁거리는 보라갈대는 냄새도 없었다. 그냥 아름다움이다.

 

토막집 앞 진흙에 새 발자국이 있다.

아마 우리가 온 것을 보고 나무 어딘가에서 숨어있었을 것이다.

고맙고 영특한 것들... 잘 숨어서 잘 살아야 한다. 누구에게도 걸리지 말고...

새발자국을 정성스럽게 카메라에 담았다.  이것도 그냥 아름다움이다.

 

 

 

5. 바다

 

바다는 항상 나를 미치게 한다.

그 고요함이 미치게 만들고, 때로 밀려오는 파도가 나를 또 미치게 만들고,

내가 그리 좋아하는데도 손 한 번 내밀어주지 않는 바다의 도도함이 나를 미치게 한다.

그 바다를 끼고 2시간이 넘는 시간을 걸었다.

마치 만나지 못하는 이산가족을 시한부로 만나게 허락해주는 듯한 그런 기분...

바다는 절대 정을 주지 않는다.

딱 고만큼만 보여주고, 딱 고만큼 고르게 대해주는 ... 아무에게도 깊은 정을 주지 않는 그런 바다.

그래서 난 바다를 보면 애가 끓는다...

오직 달빛만이 그를 만질수도 당길수도 있음을 ...

오직 달빛을 향해서만 몸을 돌리는 바다. 그런 바다가 그 곳에 있었다.

 

 

 

6. 일몰과 월출

 

들국화 노래 중에 "해가 지고~, 달이 뜨면~" 이런 가사가 있다.

해가 빨갛게 지고, 달이 빨갛게 떠오르고...

그 사이에 내가 끼어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일몰과 월출 사이에 내가 살고 있다.

스러지면 떠오르는 것이 있는 것이다. 둘 다 없으면 어떠리.. 그 땐 또 별이 있겠지...

해, 달 , 별.

누가 그들의 주인이든,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절 거두어 찌그러지지 않게 일그러지지 않게 터지지 않게 항상 딱 그만큼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누가 그들의 주인이든, 난 그들에게 위로를 받았다.

가슴 뻑뻑해지는 다독임을 받았다... 위로를 받고 격려를 받는다는 것... 멋지다.

여유로워진다.

 

 

 

 

 

7.사람

 

사람뒤에 항상 줄을 서게 된다.

굳이 태정태세문단세..... 하고 외지 않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줄을 서게 된다,

때로 그 줄은 튼튼한 밧줄이기도 하고, 때로는 썩은 줄이기도 하다.

그 줄을 당겨보아야만 알 수있다. 최선을 다해서 줄다리기를 할때만이

그 줄이 얼마나 튼튼한 를 알수 있다.

사람들이 밧줄이 되어 줄을 서있다.

줄 하나를 잡는다. 그리고 그 줄에 매달려 내가 이겨야 하는 삶을 산다. 줄이 튼튼해야 한다.

트래킹을 계획하고 온 낯선 이들 뒤에 줄을 섰다.

나로서는 내 손에는 익숙하지 않는 밧줄의 모양새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난 그 줄을 붙잡았다. (사실 새로운 줄을 잡는다는 것은 항상 위험을 수반한다. 모르니까...)

그 줄을 잡고 울릉도에서의 전체 하루를 같이 보냈다.

내가 뒤에선 그리고 잡은 줄은 튼튼해서, 나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 주고 있었다.

"정말 한가위만 같아라.. 처럼, 오늘만 같아라, 그럼 인생은 빛날 것이다." 싶었다.

 

오랜 시간...

이야기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끝이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해바라기 씨를 빼어먹듯, 하나 하나 온전한 씨앗하나로 내게 다가올 추억이 영글어 갈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딱 해바가기씨같은 울릉도 여행... 환타스틱!!! 이었다.

 

얼마전 읽은 책에 나오는 말이다.

울릉도로 여행을 가는 사람은 유배를 꿈꾼다고...

천재지변때문에 갇히기를 원한다고..

내 의지대로 그 곳에 살기에는 용기가 부족하지만, 천재지변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갇혀있고 싶다는

그 울릉도에서 딱 그 분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보지 않고는 어찌 알리요..

그 곳을 즐기지 않고는 어찌 알았으리오....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직은 세상은 내게  너무 넓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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