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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마을버스 안에서

by 발비(發飛) 2005. 9. 14.
 
 

 

 

종로를 지나간다.

넓은 거리를 마을버스로 간다.

종로를 마을버스로 지나가면 짧다.

마치 가래떡을 썰어놓은 듯하다.

 

다른 구역의 버스를 타면 아마 적어도 50번은 셀 때마다 한 번씩 설텐데

종로의 마을버스는 20번만 세면 선다.

정류장과 정류장 사이가 가깝다.

종로의 정류장들이 가까운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많이 사나? 아닌데....집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나? 아닌데....명동보다는 적은데, 신촌보다도 적고

땅이 남아도나? 아닌데...무지 비싸다던데

 

왜일까?

모두 움직이기 때문일거다.

종로의 사람들은 모두 움직인다. 누구도 가만히 있는 사람이 없다.

모두 움직인다. 모두 집이 아니다.

사람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움직인다.

종로의 물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저 손 에서 이 손으로 계속 바뀐다.

그리고 그들은 잦은 버스정류장에서 어딘가로 떠난다

움직이는 사람과 물건들이 움직임을 멈추기 위해 있는 곳이 정류장이다

마을버스의 좁은 공간안에는 움직임을 끝낸 사람과 물건들이 빽빽하다.

 

종로를 떠나고 있는 마을버스라면 사람만한 물건들이 가득할 것이다.

종로는 움직이므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항상 떠나고 있다.

 

지금 움직이는 나의 손가락이 '가'에서 '나'로 움직이고 떠나고

다시 돌아와 제가 두드려야 할 자판의 몫을 챙겨가듯이

그렇게 종로는 움직이는 곳이고 떠나는 곳이다

그 끝에 20번만 세면 서는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다.

 

종로의 버스정류장을 생각하면서 지금 두드리고 있는 나의 자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횡설수설!!

 

2005.03.1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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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메인에서 버스라는 이야기가 나왔길래 생각이 났다.

지난 3월 종로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가면서 했던 생각들이다.

 

간격이 좁음

호흡이 짧음

바쁘고 빠듯한데 느림

 

마을버스와 자판과 나!

 

바쁜 걸음으로 종종거리며 다니는 내가 여러 곳에서 선다.

블로그에도 서고, 사무실에서도 서고, 산에서도 서고, 친구에게도 서고, 가족에게도 서고

참 많은 곳에서 서는구나.

그런데

서서 멈추는 것이 아니고 떠나는구나.

모든 곳에서 잠시 머물렀다 서둘러 떠나는구나...

 

별로다.

마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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