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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는대로 책 & 그림

[고흐]First steps

by 발비(發飛) 2005. 9. 8.


 
고흐는 결혼을 하지 않고 쓸쓸히 살았던 사람이다.
그림에서 부러움이 묻어난다
 
 
그녀는 일찍 자야하기 때문에 일찍 잔다.
그녀가 자려고 누운 시간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그녀의 아버지다
 
-그녀의 습관-
 
 술을 마시면, 그녀의 부모님에게 전화를 한다.
이상하게 술만 마시면,
엄마 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한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평소에는 몇 주일이고 전화를 하지 않다가 술만 마시면 전화를 한다
그것도 옆에서 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을 모두 바꾸어준다
그녀는 그녀와 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을 부모님에게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허락받고 싶은 유아기적 사고일 것이라 그녀는 말했다
그래서 그녀의 부모는 항상 술 먹은 딸과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딸은 술꾼이다
적어도 그녀의 부모님에게는 그렇다.
그럼 그녀는 이야기한다.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거다."
"나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자의 문제다."
 
 때로 좋은 점;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한 달에 몇 번 술을 마시는지 멀리서도 체크 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아버지가 술을 한 잔 하시고 전화한거다
그녀의 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가라앉아있다.
그렇게 가라앉아 있을 때 항상 그녀의 아버지는 그 자신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때인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그녀의 아버지 또한 그녀와 닮아서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일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므로
걱정 될만한 일은 시작하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그것은 그의 경험이 그에게 시킨 일이기도 하다.
그녀는 그런 그녀의 아버지를 안다.
 
 
그녀가 모른 척 그녀의 아버지에게 묻는다.
"기분나쁘게 술 드셨어요?"
"아니!"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요?"
"안 그런데?"
아마, 엄마가 방에서 주무셔서 그랬나보다.
"술 마시고 니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
"그렇죠? 아버지도 술 드시니깐 전화하고 싶으시죠?"
"그래, 그래도 너처럼 맨날 술먹고 전화는 안한다."
"맨날 마시는 것도 아닌데.. 뭘요."
"그래도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 속 버린다."
"아버지 닮아서 괜찮아요."
 
머리 하얀 아버지와 다 큰 딸의 술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아마 동생이 있었다면, 같이 술이야기를 했을텐데...
추석때 내려오면 전어에 소주 한 잔 하자시는 말씀도 하신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그녀 아버지의 맘속에 가라앉는다.
지난 번에 남겨두었던 말과 함께 맘 속 깊이 깊이 재워지고 있다.
단단히 굳어버릴 것이다.
화석으로 굳어버릴 것을 그녀는 안다.
모르면 좋을 것을......
 
술 이야기를 계속한다.
추석때 한 잔 사시겠노라며... 공짜 술은 먹어야 하는데, 그녀는 생각한다.
잠시 갈등도 한다.
 
 
 
-그녀가 가진 희망-
 
"어쩌나?
추석때 어느 섬으로 여행 가야하는데...내심 섭섭한 모양이다
 
담에 안동가면, 전어에 소주
그냥 소주 말고 내가 좋아하는 21도 안동소주..사달라고 해야지!
 
동생도 같이면 더 좋을텐데..."
 
그녀는 그런 생각했다
 
아마 11월?
그녀는 그녀의 가족을  모두 만난다
(사실 모두는 아니다, 올케와 조카가 좀 더 시간이 걸리겠고, 또...)
그래도 모두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제 곧 보고 싶으면, 맘만 먹으면 만날 수는 있는 그런 때가
그녀에게도 올 것 같다.
 
그것은 헤어짐이 없었다면, 없었을 희망이다
약간의 설레임, 그것은 희망이다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무지 행복한 일이다
그녀는 기다림 끝에 만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좀은 어색하다
기다림의 시간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생각해보고 그녀는 아예 생각의 문을 닫아버린다.
 
그녀에게 희망이 생긴 것이다.
모두 함께 하는 희망.
같이 있으면 어떨까? 어색한 그 장면...시간이 많이 흘렀다.
만남을 미워둔다.
 
 
 
 
아버지와 딸의 주거니 받거니.....
그 부녀의 이야기에 그녀의 어머니가 잠에서 깼는지
그녀의 어머니는 그들의 대화를 궁금하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전화기를 넘겨주고,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와 이야기 시작한다.
 
걱정!
건강하고, 느긋하고, ...
항상 원칙을 말하는 그런 그녀의 엄마.
넘어질까 걱정하면서도
아버지에게 끝까지 가기를 바라는 저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엄마처럼
그녀가 원하는 곳까지 가기를 가장 많이 바라는 사람
그녀가 원하는 행복을 누리기를 가장 많이 꿈꾸는 사람
그것을 숨기려하지만, 그녀의 눈에 다 보여서
그녀가  무거워하는 사람.
그런 그녀의 엄마
 
딸에게 엄마와 아버지는 그렇게 다르다.
고흐는 저 그림에서와 같이 다 보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하던 일을 멈추고 제자리랄 것도 없이 모든 것을 두고 딸에게 두 팔을 벌리고
엄마는 안아올리지는 않으면서 넘어질까 아이 모르게 손울타리를 치고
아이는 옆도 뒤도 없이 그냥 내지르기만 하고.
그녀의 가족이야기다.
 
고흐의 [First steps]
아침 고흐의 그림이 보고 싶더니... 딱 그런 그림이 그녀의 눈에 띄었다.
딱 그런 그림이 눈에 띄었다.
그녀의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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