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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타비아니]미켈렌의 수탉

by 발비(發飛) 2005. 9. 2.

 

 

 

 

독방을 왔다갔다 하면서 혼자서 말을 하는 마니에리...

 

우리 모두는 그 장면을 보고 웃었지만, 우리 모두 극장을 나오면서

 

그 장면때문에 씁쓸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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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무정부주의자 마니에리의 이야기이다.

마니에르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수학선생님으로 있다가

국제사회주의에 심취해 혁명을 꿈꾼다.

모두가 동등한 사회를 위해...

영화는 작은 마을의 시청을 점거하면서 시작한다.

시청을 점거하고 곡식창고를 열지만, 농민들은 자신들에게 온 새로움을

겁내고 그의 혁명은 실패한다.

그리고 10년간의 독방생활

10년동안 그의 꿈을 버리지 않기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말하기 연습을 하고 음식을 두고도 상상하고 토론연습을 하고...

그렇게 혁명을 다시 준비한다. 10년동안

독방생활이 끝나고 섬으로 유배되어가는 도중

그는 다른 정치범들의 배를 만난다. 반가워한다. 동지를 만난 것이니까

자신이 한 일이 열매를 맺었길 바라면서..

하지만, 아직도 이상은 꿈일 뿐..

그리고 후배 혁명가로부터도 소외(?)

그들은 그들끼리 같이였으며, 차라리 독방에서보다 더 불안한 자신을 만난다.

그리고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삶을 가진 자신을 만난다.

그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혼자서 독방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는데

그 모습 그대로 타인들과 섞이는 순간 그는 마치 정신병 환자같았다.

결론도 그렇다.

그는 후배 혁명가 커플을 위해 간수의 눈을 돌려주려고 휘파람을 불고

그리고 코트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넣는다. 뺄 수 없을만큼

그리고 배에서 몸을 굴려 깊은 호수로 빠진다.

영화의 끝이다.

그가 살았건 죽었건 상관없이 그 혁명가 마니에르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웃으면서 영화를 봤다. 웃겼으니까

그리고 황당하고 웃음 끝에 경직된 근육을 느낀다.

우리는 누구나 혼잣말 하는 연습을 한다. 나는 그렇다

혼자서 혼잣말을 할 때 그렇게 모두들 앞에서 해보리라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모두들 앞에서 그 혼잣말이 소리를 내어 본 적은 드물다.

그리고 혼잣말은 항상 내 입속에서만 있다.

혼잣말에 능한 사람

그 사람은 사회에서는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일거다.

마니에르는 자신만을 생각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모두에게는 들리지 않는 혼잣말만 하다가 ...

여러편의 타비아니감독 영화 중 가장 씁쓸한 영화다.

감독이 이런 마음을 가지고 모진 마음을 가지고 70살이 넘도록 살 수 있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은 큰데 마음이 무서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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