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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영화] 어떤 나라

by 발비(發飛) 2005. 9. 1.

 

 

 

영화를 볼 생각이 아니었다.

영화포스터를 보는 순간,

무슨 구경거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들을 구경하러 극장으로 들어갔다.

 

쟝르  다큐영화

감독  다니엘 고든

촬영장소  평양, 평양근교 협동농장, 백두산

때  2003년

주인공 13살 현순. 11살 송연

등장인물  그들의 가족

 

사실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확한 곳, 특정인이 있다.

구경하러 간 곳에서 사실 구경 잘 했다. 아니 눈요기를 잘했다. 눈요기 그것 뿐일까?

마치 맞지 않는 안경을 껴서 사물이 겹쳐보이는 것처럼

화면에 두가지 시선이 항상 꽂혀 어지러워하면서 보았다고 해야 맞다.

 

영화는 몇 가지 줄기로 내게 다가왔다.

 

두 여학생을 중심으로 한 집단체조이야기

 

현순과 송연은 집단체조 선수이다.

우리가 중,고등학교때 했던 마스게임에 무슨 선수가 필요하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의 집단체조는 보았다시피 상상을 초월한다.

전승일 기념 공연을 위해 1년내내 준비를 한다.

겨울부터 가을까지 촬영을 한 것이다.

얼어붙은 몸으로 안전장치 하나 없는 운동장에서 그 또래의 아이들이 체조연습을 한다.

불볕 더위 아래에서 또한 운동장에서 체조연습을 한다.

그들에게는 전승기념일 김정일앞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영광이 있으므로 그렇게 한다.

때로 도망가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연습을 한다.

하지만 현순과 송연

마지막 장면에서 집단체조에 몰입해서 춤추는 모습은, 그 표정은 .....

그 표정을 보면서

난 기뻤다. 너무 잘 해내서,,, 너무 멋지게 해 내고 있어서

그런데  뒤에 남는 것은 뭐지?

 

(또 생각난다. 영화 남부군에서 시골 돌담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두만강 푸른물에~~" 하고 같이 노래하던 장면이.. 그리고 개 한마리가 나오자 바로 총성으로 바뀌던 그 장면이 생각난다)

 

 

두 여학생을 중심으로 한 가족이야기

 

현순은 평양에서 사는 제법 괜찮은 집 외동딸.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사는 그런 딸.

애교도 부리고 재롱도 부리는 다를 것 없는 그런 딸.

송연은 김일성대학 교수의 막내딸

그야말로 철부지 막내딸

숙제하라고 하라고 해야 겨우 숙제하는 그런 막내딸

우리와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순간 그들의 식사시간에 정전이 된다.

하루에 한 번은 그런 일이 있단다.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촛불 아래서 밥을 먹는다.

다르구나!

송연이 어머니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고난의 행군' 그들은 그렇게 표현했다.

2002년 이라크전 발발전부터 그 직후까지 이어진 북한의 식량부족사태..

그 때를 그들은 '고난의 행군' 이라 불렀다.

 

김일성대학 교수네 집 큰 딸의 생일 때라고 한다

옥수수죽을 끓여서 모두 반그릇씩 담고 생일인 큰딸에게만 한 그릇을 주는 것으로 생일을 대신

한 것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그 시기를 넘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협동농장에 있는 사람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통해 자립갱생의 의지를 다졌다. 누가 도와주든 도와주지 않든, 당이 도와주든 안 도와주든 자신이 자신의 먹을 것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결국은 당을 도와주는 것이다. '고난의 행군'이 그런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그들은 그 시기를 돌아다 볼 만큼의 여력은 생겼나보다.

다행이다.

회상한다는 것은 그 시기가 지나간 것이니까...

다행이다. 그것만이라도 다행이야~~~

 

백두산이야기

 

텔레비젼에서 가끔 백두산을 본다.

내가 본 백두산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백두산이 등장했다.

현순과 송연과 혁명과목선생님과 몇 명이서 백두산을 간다.

백두산은 천지가 있는 곳이다.

그런 백두산이 아니라. 그들은 백두산 천지에서 손을 씻고 물제비를 뜨고, ....

백두산은 달력속의 그림이 아니라, 만지고 빠질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크고, 멋진 곳이었다. 말로 할 수 없다.

실제로 본다면 어떨까?

표현할 수 없으므로 그만하고 싶다. 떨린다.

 

 

 

난 이 영화를 지난 길 우연히 충동적으로 보았다.

사실 어젯밤에 뭔가 두드리고 싶었지만, 하기 싫었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직도 촛점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있는 느낌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장면은 같다

남북전쟁 당시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평양의 모습...

내가 본 서울의 폐허와는 또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불에 붙어있는 모습,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쌓여있는 모습...

마지막 공격때 미군이 한 일이란다.

 

광주항쟁이 생각났다.

우리는 자신에게 한 불합리한 일을 용서하지 못한다. 잊지도 못한다

 

삼국통일전쟁때 서로를 죽이고 죽이고 했지만, 우리끼리니까 넘어갔다.

고려도 조선도 넘어갔다

우린 임란때나 일제시대때의 일본이 한 일을 잊지 않는다.

 

그들이 똑같은 이유로 치를 떨고 있다.

사방에 미워해야만 하는 사람들 투성인 어느 외골수 인생이 있었다.

물론 그 외골수는 어떤 통치자의 세뇌에 의해 좀 더 감정을 증폭시키기도 했지만,

 

난 그들이 불쌍하다.

그들이 살기위해서는 광적인 집단체조를 봐야 한다,

환각을 유지하기 위해 몇 번은 그렇게 온 몸이 섬찍하도록 일사불란한 집단체조를 봐야 한다.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겠다.

아주 혼란스럽다.

 

현순이와 송연이의 모습처럼

어리광쟁이와 김정일을 이야기할 때의 그 정연함.

그 안에 있으면 그것 또한 자연스러움이겠지.

 

 

2005.9.2 며칠이 지났다.

 

다시 생각해보기

 

지난 가을 [송환]을 보았었다.

남쪽에 사는 북쪽 사람들의 이야기.

그 영화를 보면서, 뭔가 울컥하면서 눈물을 흘렸었다.

 

이게 뭐야!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그러면서... 혼자 씩씩거리면서.

나 사는 것도 꿀꿀한데, 이 나라도 이렇게 꿀꿀하잖아. 꿀꿀 한 것들 천지로군 그러면서 봤다.

 

그전, 그러니까 무지 오래 전, 남부군

그걸 보면서도 그랬다. 우이 씨~~

지금도 지리산을 갈 때면 피아골을 걸을 때면, 이 흙속 어딘가에 혈흔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밟고 있는 이 길에 그들의 혼이 있지는 않을까?

내가 이 곳에서 즐겨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다음 영화 [굿바이 레닌]에서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던 며칠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기분은 또 어땠나?

누구나 그런 사람들이 있다.

우리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은 항상 있는 것이다.

그래도 달라지는 것이다. 달라진 그들은 만족한다는데,., 그럼 우리도 달라져야 하나 하는 생각?

 

저들을 어떡할것인가 싶었다.

내 코도 못 닦으면서, 그냥 그랬다. 저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행복해 보이기도 하는 저 모습 그대로 두고 싶었다.

하지만, 협동농장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 또 뭐 저래?

 

나라의 삶도 인간 개인의 삶처럼 어쩌지 못하는 소위 팔자라는 것이 있지 싶어

혼란스럽다.

때로 내가 아니고 싶듯이,

이 나라의 이 상황이 이 나라가 아니었음 싶기도 하다,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그냥 어느 행복한 나라처럼 그렇게 며칠이라도 살면 안되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좀 갑갑하게 만드는 영화

그런데 이게 진짜이야기인 영화

 

백두산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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