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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오! 수정

by 발비(發飛) 2005. 8. 9.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고 싶었다.

무엇이 다른가?

그들이 무엇이 다른가를 알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잠시 딴 소리

어젯밤에 날린 금자씨이야기를 하고 다시 돌아와야겠다

혹 이번에는 내 머리 속에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나의 코드를 맞는 영화를 편안히 즐기고 싶었다.

맘을 턱 놓고 느긋하게 즐긴다.

확실히 이 코드다, 개운하다,

 

언제나 그렇듯 홍상수 감독의 인물들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지독하게도 현실적이어서 때로 인정하고 싶지 않는 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마치 스크린 위에 내가 올라서서 옷이 벗겨지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때로 얼굴이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시치미 떼느라 의미심장한 얼굴이 되기도 한다.

 

수정은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산다.

의도된 행동을 하는 그런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때론 천진함을 가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능숙한 모습으로 삶에 대응한다.

수정을 보면서 난 아니지. 난 저렇지는 않아 하고 싶다.

영악한 인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다.

 

사실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인데, 단지 요령일 뿐인데.

어쨌든 난 달라, 저런 모습의 여자는 아니야,

난 달라 하고 속으로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수정과 같은 모습의 내가 있는 것이다.

잘못된 것도 아닌데, 왜 수정을 닮는 것이 싫은 것일까?

영악한 것, 의도된 것, 그리고 좀 좋은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것, 내숭,

그 사이에서도 진실은 있는 것인데, 그 사이에서도 수정이 원하는 삶의 모습이 있고

이룰 꿈이 있는 것이다.

내가 수정과 닮았다고 해서 이상할 일이 없다.

홍상수 감독, 인간의 모습을 지독히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그려낸다. 지금의 나를 그려낸다.

 

수정만이 아니다.

정보석이 연기한 재훈.

그는 마치 세상을 모르는 순진남처럼 나온다. 하지만 양다리다.

숫처녀에 열광하는 그런 세속남이다. 그에게도 숨은 그와 보이는 그가 양존하는 것이다.

 

문성근이 연기한 영수.

낙하산, 허세, 딸이면 껌뻑 죽는 소시민 가장, 그러면서 수정과의 일탈을 꿈꾸는 남자.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남자가 있을까?

실제 행동은 하지 않지만, 꿈꾸지 않는 남자가 있을까?

" 죄 없는 자 그에게 돌을 던져라"

돌을 던질 자가 있을까?

우리 모두 뒤로 한 발짝씩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렇게 주섬주섬 짐을 챙겨 그들의 주위를 떠나야 할 것이다.

나도 저런데... 하고 중얼거리면서...

 

[오 수정]

 홍상수감독!

스릴러를 만들지 않아도, 공포영화를 만들지 않아도, 복수극을 만들지 않아도

그의 시선이 꽂히는 것 같아 간담이 서늘해진다.

나를 꿰뚫고 보는 것 같아 등골이 싸늘하다.

사람의 시선, 감독의 시선, 보고자 하는 것, 참 다르다.

 

박찬욱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 그의 대담을 듣고, 그리고 홍상수 감독이 생각났다.

이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만 보면 그의 영화 전편을 다본다. 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

그가 묘사해 놓은 나를 만나는 것이다.

나의 실제를 파악하는 길.

내가 저런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에 대한 추측.

때로는 그렇게 살고 싶은 유혹

지금이라도 그가 그리는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볼까 하는 생각

사실 홍상수감독은 어떤 악인도 등장시키지 않는다. 대등하게 불안한 인간들을 등장시킨다.

그런 생각으로 나를 만나게 된다.

오늘도 그를 만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잠시 딴 소리

 

이은주

가고 없는 여자다. 그 여자가 웃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키스도 하고 뒹굴기도 하고 내숭도 떤다

마치 그 여자가 없어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듯

참 이쁜 여자가 세상에서 없어졌다. 무지 이쁜 여자가 세상에서 없어졌다

 

그 너머 세상에서 편히 잘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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