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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영화] 인디스월드 In this world

by 발비(發飛) 2005. 8. 3.
 
-제목이 정말 딱!인 영화였습니다.-
 
 

 
 
 
전화가 왔다.
 
"금자씨 같이 볼래요?"
"어떡하지요? 난 벌써 봤는데..."
"그럼 다른 영화 같이 볼 거 있어요? 우주전쟁이나 아일랜드...."
"그거 별로 안 보고 싶은데, 어떡하지요?"
"그럼 다른 거라도..."
"함 찾아보고 문자보낼께요."
 
종종 영화를 같이 보자는 사람이 있다.
내가 영화를 제법 많이 보는 편이니까 영화가 보고 싶으면 생각이 나나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적당한 거리,,,그래서 그냥 아는 사이) 처음으로 통화를 했다.
금자씨가 좀 찝찝하던터라 다른 영화의 여운이 필요한 시점이다.
검색후, 시네큐브에서 하는 '인 디스 월드'
딱 걸렸다!!!!
문자 날리고, 그 분이 보던 안 보던 난 봐야지...
아무튼 난 거의 일년만에 다른 사람과 영화를 같이 보았다.
난 혼자보는 영화를 훨씬 좋아하는데,,, 그게 익숙하니까...
그 분은 90분내내 잤다. 그래서 혼자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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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스 월드-
 
멋진 영화였다.
영화가 끝난 뒤 박수를 치고 싶었다.
감독에게, 길에게, 그들에게 박수를 치고 싶었다.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가 내내 비교되었다. 하지만 달랐다.
 
파키스탄에서 런던까지 육로로 간다.
파키스탄-이란-터키-이탈리아-프랑스-런던.....
 
아프칸난민촌이다. 12살짜리 자말이 있다.
영어를 하는 자말은 사촌형인 에나야툴라와 런던으로 간다.
왜? 지금보다 낫게 살려고.... 뭔가 나아져야 하므로...
인간인데, 약자는 인간이라기보다 동물의 한 종류인 사람일 뿐이다.
이곳 저곳 짐짝으로 취급받으며 사기꾼의 구렁텅이를 지나가는 여행길이다.
 
사촌형 에나야툴라는 콘테이너안에서 죽고 자말은 살아서 런던으로 간다.
접시를 닦으며, 사원에 가서 기도한다. 아마 그 곳 런던에서 살게 해 달라고 하는 기도 일 것이다.
기도 소리와 함께 아프칸난민촌이 나온다.
그런 영화다.
 
처음 영화가 시작될 때, 난 기뻤다.
여행을 할 수 있기때문이다. 난 항상 여행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꿈꾼다.
자말이 런던을 그리워하듯 난 세상을 그리워한다.
자말은 런던으로 가고, 난 극장으로 간다.
 
파키스탄을 보는 구나, 터키도 지난다는데, 이탈리아도 간데, 그리고 프랑스도
당연 영국도 나오겠지.
멋지다.
한 편의 영화로 그 많은 나라를 가보다니... 멋진 선택이었어....기뻐하며 영화를 본다.
 
역시나 !!
아름답지는 않지만 생경한 풍경이,
그리고 뉴스에서나 보던 풍경을 영화로 좀 근접해서 본다.
 
그 곳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
흙집에서 사는구나.
그들도 고기를 먹는구나. 웃는구나.
 
지난 번에 본 영화 '거북이도 난다'
딱 그런 모양이네.. 그럼 한 번 가 본 적이 있는 곳이군..
자말이라는 애도 거북이도 난다에 나오는 애랑 캐릭터가 비슷하구나.
환경이 같으면 사람도 비슷하구만...
혼자서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뭘 기억해야하나. 하면서
자말과 에나야툴라는  길을 떠난다.
자말은 소위 빈대이고 에나야툴라는 돈을 가지고 있다.
그 와중에도 시장가의 걸인에게 동전을 보태고, 그들이 머무는 곳마다 아이들과 축구를 한다.
만나고 웃고 하루를 살아간다.
 
그때 생각을 했다.
산다는 것은 그냥 저렇게 살면 되는데, 굳이 가고 있는 저들은 누구이며
저들을 보고 있는 나는 무엇때문에 이 곳에 앉아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답은 없다. 살아가는 것이란, 마치 해바라기처럼 결국 태양에 닿지는 못하지만
생이 다할 때까지 동경하고 그리워하며 목을 빼다가 가는 것이라는,
그리고 생이 다하는 날 길게 늘어난 목을 가진 것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
그들은 남들보다 목을 더 길게 빼고 있는 중이다.
나도 그럴 것이다.
 
그들이 컨테이너에 실려 이탈리아로 가는 바다를 건너간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죽었다. 에니아툴라가 죽었고 아이의 부모가 죽었다.
 
자말은 무조건 달린다.
눈물을 흘리며 달린다.
난 자말이 죽음을 보고 헤맬 줄 알았다.
하지만 눈물 한 웅큼 흘려놓고 다시 세상으로 간다.
 
소매치기로 얻은 돈으로 파리로 가는 기차를 탄다. 혼자서...
그리고 런던으로 간다. 그는 12살이다. 그런데 12살이 아니라 어른이 되었다.
접시를 닦는다.
 
런던은 그가 인간답게 살기위해 간 곳이다.
그 곳에서 인간답게 먹고 사는 이들의 접시를 닦는다.
그리고 그는 간절히 기도한다.
인간답게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그 순간 나도 기도를 한다.
이 이야기는 실제의 일이라는데, 그가 이루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덤으로 나도 끼어넣었다. 인간답게 살고 있는 틈에서 나도 인간답게 살 수 있기를 ...
나도 자말과 같은 꿈이 이루어지기를 ....
 
그 순간 난 자말이 되었다.
이 곳 서울에서 산다.
 
지난 번 휴가때 갔던 봉화 골짜기에서 버려진 땅을 보면서 생각했었다.
그냥 이 곳에서 얼마 먹지도 않는데, 그냥 살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곳은 아프칸이겠지. 서울은 런던이다.
난 서울에서 붙어살고 있다. 접시를 닦으며 살고 있다.
 
자말과 함께 기도를 한다. 이 곳에서 인간인 저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게 해 달라고...
어느곳에나 자말은 있다.
내가 어느 곳에나 있는 것처럼 어느 곳에나 자말은 있다.
 
누구의 꿈은 누구의 현재이기도 하지만, 현재라는 것은 같은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옆에 현재가 있으면서도 다른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다.
자말은 나의 현재이고 자말이 꿈꾸는 런던은 내가 꿈꾸는  이 곳 서울이다.
난 서울  어느 구석에서 그들의 현재가 나에게도 현재이기를 꿈꾼다.
어느새 난  자말이다.
자말.... 바로 나이다.
 
 
딴소리...
 
'모터싸이클 다이어리'가 생각이 났다.
자말과 체게바라. 같이 길을 떠난 자들이다.
자말은 런던을 목표로 길을 떠났다. 그리고 현재도 런던이 목표이다.
체게바라는 여행이 목표였고, 길을 떠났다. 그리고 여행 중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왔다.
 
길에게 감사한다.
길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고, 걷기도 달리기도 한다.
 
길을 가는 사람들은 한 발 걸을 때마다, 길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받는다.
 
그리고 변한다.
 
내가 걷고 있는 길.
그 길의 에너지가 내가 원하는, 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곳이었으면,
 
체게바라의 길은 그랬다. 그가 원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길을 걸었다.
자말이 그런 길을 걸었으면, 나도 그런 길을 걸었으면....
 
로드무비.. 난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
 
 
또 딴소리.
 
시네큐브를 처음 가 보았다.
또 가고 싶다. 이번에는 '권태'가 보고 싶다.
좀 야하겠지. 혼자서 봐야지... 침 넘어가는 소리가 옆에 들리면 안되니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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