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었던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빌 비올라의 [의식]이라는 비디오아트 입니다.
3.4분 정도의 시간동안의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그 앞에서 떠나지 못했습니다.
플라즈마 모니터에 드러난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
-전시회 관람 후 플라즈마 모니터에 대해서 찾아보았더니, LCD모니터보다 한
단계위격인데
입자에 하나의 빛을 쏴서 퍼트리거나, 흐르게 하는 방식이
아닌
입자 하나하나에 동시에 불을 켜는 방식이랍니다.
그래서 어둔 곳도 각도에 따라서도 변하지 않는 선명한 빛을
보여준답니다.
그건 액체도 고체도 아닌 플라즈마라는 물질이랍니다. 아무튼
그렇답니다-
아마 플라즈마 모티터의 특성상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 그 앞에 그냥 앉아서 보았습니다.
조문을 하는 듯 합니다.
사람들은 한 사람씩 앞으로 나가 각자의 방법으로
슬퍼합니다.
슬퍼하는 모습이 참 각각이었습니다.
전 손을 봅니다.
손이 그 사람의 표정이더군요.
손수건을 비튼다.
자신의 두 손을 가슴에 모은다
옆 사람의 등을 쓸어내린다
손으로 얼굴을 감는다
주먹을 불끈 쥔다
두손을 모아 기도를 한다
사람에 따라 손의 모양이 각각이었습니다.
그들의 조문을 두차례나 보았습니다.
그런데
한 참을 그 앞에 앉아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혹
그들이 조문하고 있는 상대가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그들을 보듯이 그들이 나를 보면서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퍼질러 앉아 있던 나는 허리를 펴고 그들을 다시 봅니다.
확실히 그들의 눈은 나를 보고 있었습니다.
온 몸에 전율같은 것이 일어나면서, 마치 내 육신은 모니터 속에
있고
나의 혼은 몸밖으로 나와 죽은 나와 나의 친구들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나를 위해 슬퍼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실제 그런 상황이
된다면,
저 줄지어 서 있는 사람처럼 나에 대해 슬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것보다는 상대가 슬퍼할가 하는 생각보다는 정말 그런 일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유한한 삶에 대한 주소 불분명한 감정이 생깁니다.
유한한 삶이 좋기도, 좋지 않기도... 그것은 심판을 받는 날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고
저들은 나의 배심원일테고....
덕수궁 제4전시실에는 비디오아트와 설치미술작품이
전시되어있었는데,
전 개인적으로 그 방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멀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우리들이 보고 있는 것들을 다른 방향에서 보거나, 자세히보거나,
합쳐보아서,
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 이야기가 재미있어, 가는 곳마다 퍼질러 앉았습니다.
제목이 뭐드라...
물?
집에 가서 팜플렛 찾아봐야겠습니다.
이 사진이 수첩아래 몰래 카메라를 두고, 무조건 셧터를 누른
것입니다.
그림자만 보인다는 것은 실패를 할 확율도 적고, 또 실패하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어둔 사람들은 그림자로 지내나봅니다.
들키지 않으면서 저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르니까.
영사기를 벽에다 쏘는데, 바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빛이 아래에 물을 통과해서 벽으로 갑니다.
그때 기포를 일으키면, 저 벽에 갑자기 물방울같은 아니 눈같은 현란한 바람이
붑니다.
크고 작은 바람이 불다가, 물이 비어져갈 때는 온통 먼지바람속에 내가 있게
되지요.
일종의 놀이였습니다.
저기 저렇게 서서 물방울속의 나를 보기도 하고
바람맞고 있는 나를 보기도 하고
조용히 가만히 있는 나를 보기도 하고
내가 보이지 않지만, 나의그림자속에서 나의 냄새가 나기도 하는 듯
했습니다.
두개의 빛이 만나는 가운데 지점에 서면, 순간 내가 없어지기도
하고
갈등의 상황
두 개의 생각이 같은 크기와 같은 강도로 ,내속에서 부딪히면, 어느 생각도 쫓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인 듯 싶었다.
이래서 우리는 소우주인가?
모두 같은 원리로 돌아가는 것.
'見聞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름..안개낀 지리산 (0) | 2005.07.31 |
---|---|
지리산 야생화 (0) | 2005.07.31 |
단청장작 (0) | 2005.07.26 |
부석사입니다 (0) | 2005.07.25 |
[전시회]'20세기 미술전' (0) | 2005.07.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