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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부석사입니다

by 발비(發飛) 2005. 7. 25.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산을 다니면, 사찰도 많이 보게 됩니다
울긋불긋한 단청, 번쩍이는 불상
날이 선 기와
그런 것이 없는 절입니다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 곳을 다녀왔습니다
 
 
 
 
 
무량수전은
학교다닐때
시험문제에 나오던 곳이다.
국보 18호
낡고 바랜 무량수전.
오래 오래 바래져서
햇빛에 비친 광만이 보인다.
해만이
유일한 광인 무량수전이다.

 
 
최순우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서서]에
나오는 그 배흘림기둥이다.
참 넉넉하다.
엄마의 허벅지같다.
허벅지 하나
양팔로 껴안고 숨어도 좋고,
빙빙 돌아도 좋고
껴안고
낮잠 한 숨 달게 자도 좋고...
어찌 가장
편안한 각을 찾아내었을까?
이곳 부처님은
남으로 보지 않고
배흘림기둥을 길게 보기 위해
동으로 향하고 앉으셨다.
기대고 누워
와불이라도 되실 것 처럼...
무량수전 왼편으로 삼불상이 있었다.
 
 
 
 
국보 17호 부석사 석등.
 
석등에 새겨진 그림들이 소박하면서 단아하다.
석등은 그림과 같이 생겼다.
무량수전과 마주하고 서있다.
아래로 산세가 다 내다보이는 곳에 석등이
서 있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목어와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운판을 보았다.
tv에서 목어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소리가 정말 예술이었다.
까랑까랑하면서도 격을 잃지 않는 꾸지람을 듣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 소리가 들리는 듯 했었다.


  

 

 

바위아래로

끈을 넣으면

통과한단다.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떠 있는 것이란다.

그 틈에서 생명이

자라는 것이

더 신기했다.

공간...

남아있어야 들어간다.

살아간다.

 

 

 

 


 
산사에서 만나는 오솔길.
지난 가을 이 곳에 왔을때는 이렇게 천천히 둘러보지를 못했다.
그때는 다니기 좋은 가을 이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이번 휴가에는 너무 더워서 부석사가 텅비었다. 그래서 더위를 헤치고 해집고 다녔다.
작은 오솔길을 만나자, 좋았다.
좋은 꿈을 꾸는 듯 했었다.


 

 

뭐든지 쌓는다.

 

기왓장으로 탑을 쌓아두었다.

쌓았는데, 쌓여있는데.

 

기와의 얇은 곡선을 따라

생기는 동그란 틈들이

 

앙증맞게 귀여웠다.

 

저 귀여운 탑을 보고

소원을 들어주실거다.

 

애교작전에 넘어가서...


 

 

난 나란한 것들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항상  최대한 나란하게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한 켜 한 켜

쌓고

엮어나가는 손길이 느껴진다

예쁜 문이다.

사람이 사는 집에도

저런 문을 달고 있었으면,

나 사람인데,

철 현관문 말고

저 문 한 번 달고

살아봤으면, 욕심이 났다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그 분들이 나를 본다면

저 모습이 아닐까?

나팔꽃인가?

아무튼 타고 오르는 저 풀처럼

나도 저렇게 맹렬하게

누군가에게 올라타고

살아가고 있겠지 싶다.

어느 든든한 담에 기대고

올라가고 있을 것이다.

그 담이 뭔지 모르고

난 담이 없다고

지지하고 올라갈 데가 없다고

꽥 꽥 거리지만,

난 저 풀을 보면서

높은 곳에 계시는 신은

결국 나의 저런 모습을

보고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고 올라가면서

"뭘 잡아야 돼?"

하고 끊임없이 소리지르는

나를 보았다.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지금도 잡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내가 잡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려오는 길이다.

부석사에서 내려오는 길은 아름답다.

지난 가을

이 곳을 내려갈 때는 빨간 사과가 있었다.

지금은 온통 푸르기만 했고,

하얀 봉지 안에 사과들은 숨어있었다.

자전거 한 번 타주면 미니시리즈 되는 건데....

아름다운 길을 내려가면서

내가 숨쉬고 있어서 좋았다.

아름다운 곳을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아름다웠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랬다.

참 아름다운 길이었다.

 


 

이 길을 내려왔다

 

휴가 제 5 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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