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스크린의 이면을 보고 싶었다.
내가 보지 못한 뒷편을 보고 싶었다.
설정
그 곳에 또 다른 완성품이 있었다.
내가 할 일은 없었다
잘 만들어진 설정에 렌즈를 갖다대기만 하면 된다.
어둔 곳에서의 오토 후레쉬는 조명발 쯤은 단숨에 먹어버렸다.
붉은 조명발은 나의 렌즈를 통과하면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내가 본 사진들의 색은 흑백톤
조명아래서 본 색은 갈색톤
내가 본 것은 흑백과 갈색톤 두 개 다를 본 것이다.
카메라에 찍혀서 나오는 순간 원래의 색이네 그랬다
조명아래 지금 보이는 갈색톤은 현재
카메라에서 보이는 흑백톤은 뭐지?
눈은 알고도 속아주는 것이었나 ....
카메라의 후레쉬를 죽였다.
조명발이 살아났다.
내가 그 순간 눈으로 본 색깔이 나왔다. 그 때 그 색이 마음에 들었다.
투명의자가 놓여있었다.
아마 저곳에 앉아서 사진을 찍으라는 이야기인가보다.
사람들은 저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누구도 그 곳에서 사진을 찍으리고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의자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다.
말하지 않아도 싸인으로 받아들인다.
저 의자자체를 싸인으로 받아들이고
당당히 앉아서 사진을 찍는다.
이 곳의 모든 공간은 사진을 찍기에 적당한 구도로 전시되어있었다
디카전성시대에 사진발 잘 받을 수 있게 전시되었다.
포스터 촬영장을 슬라이드로 보여주고 있었다.
촬영현장이 신가하다기보다
슬라이드의 겹침이 더욱 신기했다.
재미있어서 한참을 서서 겹쳐지는 장면을 구경했다.
사람과 삶이 겹치고, 그림과 그림이 겹치고
둘 다 살아있었다.
겹쳐진다고 해서 어그러지지는 않았다.
그냥 스르륵 앞선 화면은 사라지고 있었다.
천천히 사라지면서 새로운 화면은 선명해지는 것이다.
천천히 사라지고 천천히 나타나는 것.
두개가 동시에 기억하는 것
슬라이드... 참 재미있는 그림이다
눈이 숨차지않고 따라다닌다.
가장 최근에 배운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라면,
사진을 찍고 있는 어떤 분을 만난 것이다.
이런 것도 만난 것이라고 해야할 지는 모르지만,
우연히 산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분을 보았다.
수동카메라로 찍고 있었는데,
삼발이를 들고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면서 삼발이 높이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셧터 한 번을 누르는데 무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말을 걸어보지도 못하고 그저 보고만 있었다.
어떻게 찍는지 구경만 하고 있었다.
렌즈에 눈을 대고 보고 또 보고...
자꾸만 보고 있었다.
찍어야 하는 것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좀처럼 셧터를 누르지 않았다.
디카는 마구 눌러서 삭제를 시킨다
내가 가진 카메라가 디카가 아니라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줌을 사용하지 않고 내 몸이 앞으로 뒤로 움직인다.
그렇게 그 분을 만난 다음 난 좀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 후
내가 찍은 모든 사진이 기억이 난다.
찍고 있었던 그 순간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저 슬라이드를 보면서 그 분을 생각했다.
그래 저 사람도 뚫어지게 보고 있구나.
앞으로 난 세상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싶다.
저 사람처럼
포스터라는 것은 그 때 일어난 일을 최대한 기억이 날만 한 것을 포착하는 것일 것이다
참 많은 영화의 포스터가 있었다.
어떤 포스터는 영화의 한 장면이기도 하고
어떤 포스터는 그 이미지만으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오직 주인공의 얼굴만으로 가득 채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포스터는 2시간정도의 이야기를 한 컷에 담아내고 있다.
내 삶의 포스터를 아직 만들기는 어린 나이 일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포스터를 꾸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검은 색 톤 일 것인지.
로맨틱. 슬릴러, 코메디, 드라마.... 어떤 형식의 영화가 만들어져 가고 있는지
그 정도는 나와야 할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에게 앵글을 맞추어
나의 포스터를 만든다면 하면서 가정을 해 보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그런 전시회였다.
설정의 극치를 이룬 방
그래서 실망의 극치를 이룬 방
영화 시납스원고방이라는데,
단 한 줄도 없었다.
영화 시납스 파지를 한 장이라도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 방에는 온갖 글씨체로 구별을 둔 영화제목을 복사해 놓은 A4용지만 가득했다.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 무엇인지.
그냥 사진이나 찍고 가시지!
하는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방 같았다.
그러지 말지....
안 그랬으면 좋았을 걸...
난 이 포스터전시회 포스터가 참 맘에 든다.
색깔도 글씨도 분위기도, 실제로는 금색도 있다.
이런 정성스런 맘이 그 방에도 있었으면...
좀 더 끝까지 힘을 좀 주지 싶었다.
그래서 아쉬웠다.
'見聞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시회]'20세기 미술전' (0) | 2005.07.25 |
---|---|
peace...토요일 퇴근길 (0) | 2005.07.24 |
[휴가]밤나무길신부님 (0) | 2005.07.23 |
[휴가]개선문 신부님 (0) | 2005.07.23 |
[휴가]안동찜닭 (0) | 2005.07.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