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휴가를 보낸 뒤 하루만에 다시 맞는 휴일 전
포스터전시회를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무지 더운 날
서늘한 전철 안이 한산하다.
사람들이 어디로 다 사라진 것인지 텅 빈 전철이 평화롭다.
옆자리가 비었다.
앞에 선 사람도 없다.
카메라를 꺼내 들어본다.
또 나의 발이 보인다.
어느때보다 평화로워보이는 발이다.
오른 쪽 왼 쪽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 보아도 걸리적거릴 것이 없다.
그리고 시원하다.
온도와 바닥에 칠해진 파란색이 똑같다.
평화
발에도 표정이 있다.
굽이 낮고 구멍이 숭숭 뚫린 인도신발.
난 가끔 이 신발을 신는다.
약해서 거의 다 떨어져간다.
그래서 토요일만 신는다. 조금 움직이는 날 ...
바닥이 얇아서 내가 밟고 있는 땅을 느낄 수 있는 신발이다.
뜨겁고 편편한 아스팔트의 느낌도 발에게 그대로 전하고
보도블럭 틈새를 지나고 있음도 발에게 전하고,
공사중이어서 흙을 밟을 행운이 주어지는 것도 전하고
신발이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발에게 전해주는 그 신발,
그 인도신발을 신고 전철에 앉아 있는 나
카메라를 꺼내 한가롭게 발을 찍고 있는 나
이것이 평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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