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경북 안동입니다.
문둥이들의 음식은 한마디로 별로입니다.
물론 그 곳에서 살 때는 몰랐습니다.
우물 밖으로 나오고보니, 객관적으로 맛난 음식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때로 안동에 가면 먹고 싶은 음식이 별로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남들은 안동 간고등어이야기를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맛난
것은,
안동댐 가두리 양식장에서 키운 잉어(무지무지 큽니다)로 만든
"잉어찜"입니다
안동으로 오기 전
엄마가 전화를 하셔서 "뭐가 먹고 싶냐"고
하셨습니다.
전 숨도 쉬지 않고 대답합니다. "잉어찜!"
오랜만에 온 딸이 간절히 원하는 잉어찜을 첫 음식으로 먹으러
갔습니다.
우선 어항에 잉어들이 놀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마리를 먹을 것입니다.
물은 잉어들이 움직이는만큼 움직입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머리와 몸통과 꼬리, 잉어는
같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각각 다른 방향으로 몸을 흔들어댑니다.
가끔은 물 위로 튀어오르며......
잉어도 생각이 복잡한 동물인가 봅니다.
생각은 생각대로, 몸은 몸대로, 각각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머리와 몸이 각각 움직이면 약이 오르는데,
약이 오른 잉어가 퍼덕거리면
잉어의 몸이 꿈틀거리면, 물도 따라서 꿈틀거립니다.
한동안 흔들어대던 잉어가 물을 떠나면 물은 새로운 잉어를
기다립니다.
새로운 잉어가 와서 흔들어주기를 ...
흔들리는 즐거움을 맛볼 것입니다.
흔들림.
그것은 갈등일 수도, 혼란일 수도 있지만
흔들림이 없는 삶, 그건 별로라는 것을 잉어도 물도 알고
있습니다
물은 주인이지만, 마구 흔들리며 자리를
지킵니다.
흔들리면서 자리를 잡아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과 잉어를 보면서 억지같지만, 그냥 혼자 그렇게
생각해보았습니다.
흔들려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물도 갈등한다.
드디어 잉어찜이 나왔습니다.
별로 맘에 안드는 사진입니다. 사실 이것보다 더
먹음직스러운데...
이유가 있습니다.
블로그를 위해서 사진을 찍어야지 하면서 디카를 가지고
갔었는데,
인간이란....나라는 인간이란..
잉어찜을 보자 흥분한 나머지..
젓가락으로 미리 덤비고 말았습니다.한 입을 먹고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아! 참!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잠깐! 나 사진 찍어야 돼!"
"매쳤다!"
엄마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사진을 위해서 먹던 잉어찜을 다시 덮어주십니다. 마치
처음처럼..
근데 뜻대로 안 된 것입니다.
한 번 저질러 놓은 것을 복구시키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도 부모님과 저는 최선을 다해 복구를 시킨
것입니다.
그 위에 양념을 얹고 콩나물과 미나리를 얻어서 잘 섞어서 먹는
음식입니다.
안동 전통음식이라기 보다, 안동댐이 생기면서 생긴 음식일
것입니다.
포인트는 아주 큰 잉어일 수록 더 맛있다는 것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큼직한 살점이 아주 예술입니다.
딱 열 달 만에 안동에 왔습니다.
그리고 엄마, 아버지와 나누고 싶었던 음식은
잉어찜이었습니다.
셋이서 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아버지도 엄마도 저도 맛나게 먹었습니다.
무지 무지 더운 날 좀 매운 잉어찜을 먹으면서
덥다!
맵다!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
수다스러움을 들으면서 한 가족이 땀을 빨빨
흘렸습니다.
사진을 찍겠다고 설쳐대는 딸의 모습을 기가
막혀하시면서도
열심히 콩나물을 덮으시던 두 분의 젓가락이
선명합니다.
오직 제 기억 속에서만요...
안동집에 갈 때마다 먹었던 이 음식은 아마 안동과 함께 부모님과
함께
항상 기억이 날 음식이 될 것 같습니다.
영원히
"뭐 먹고 싶니?"
"잉어찜"
휴가 1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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