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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백두대간 대야산 용추계곡 이야기

by 발비(發飛) 2005. 7. 11.

지난 주에 오대산을 가려다 가지 못했다.

비온 뒤 여름 계곡 산행은 그 소리만으로도 압권이다.

계곡에서 이야기를 나누려면, 서로 소리를 지르거나, 얼굴을 바싹 대고 이야기를 해야한다

계곡의 물소리는 정말 압권이다.

못 말리는 괴성

멋진 소리가 보고 싶었다

 

 

 

 

용추계곡 선녀탕이다.

가운데에서 찍으면 하트모양이라는데, 옆으로 비껴서 찍어서 찌그러진 하트이다.

하지만, 하트를 찍기위해 깊은 물로 들어갈 수는 없는일이다.

목숨을 바쳐 하트를 찍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하필 그 모양이 하트라니? 사랑이라니?

사람들은 사랑때문에 물에 몸을 담그기도 하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

난 용추계곡의 하트를 찍기위해 물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어제 온 비로 계곡물을 붓고 있었다.

올라갈 때의 물과 내려올 때의 물의 양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골골이 흘러내리는 물은 제법 편안한 물길을 만나면서 신이 났다.

소리도 우렁차다.

달을 꽉 채우고 태어나는 건강한 아이의 울음소리같았다.

마구 흩어져 있는 바위들을 이리저리 돌아내리는 물.

참 하얗고도 힘이 셌다.

내가 밀려날 정도로 하얀데 힘이 좋았다.


 

 

 

 

 

 

물은 너무나 공평했다.

제가 가는 길 어디든지 촉촉히 적셔주었다.

빈틈없이 적셔준다.

늦고 빠름의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하나 빠트림없이 적셔준다.

물이 참 공평했다.

내가 그 곳에 서면 나도 똑같이 대우를 해주었다.

적셔주어야 할 대상으로...

 

 

 


 

 

 

물들이 날아다닌다.

휙 휙 날아다닌다.

날개를 다는 대신, 기구를 만들었다.

동그란 기구들을 수없이 만들어 날아다닌다.

기구들은 정해진 높이가 있다.

크기에 따라 정해진 높이대로 하늘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간다.

한 번 하늘로 날아올랐다, 떨어지고,

다시 동력을 넣고는 다시 날아오르고 떨어지고..

가파른 계곡의 물들은 날아다닌다.

그 옆에 있으면 기구에 부딪치기도 한다.

 

 


 

 

 

내가 건너온 징검다리이다.

갈 때는 징검다리가 물 위에 솟아있었는데, 그 사이 물이 불었다.

할 수 없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징검다리를 건넌다.

미끄러져도 신발이 젖지 않게 맨발로 건넌다.

맨발로 건너는데, 젖어도 상관없는데, 다른 걱정이 생겼다.

넘어질까봐 걱정이 된다.

신발이 젖을까 걱정이 되다가. 이제 넘어질까 걱정이 된다.

그렇게 줄을 잇는 것이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내려다 본 물이 동그랗다.

흐르는 물을 위에서 내려보았다.

힘이 있는 곳은 길게, 힘이 좀 떨어지는 곳은 짧게

그러다보니 동근 모양이 만들어졌다.

어디든 힘이 다 같을 수는 없는 것이 분명하다.

내 몸을 누군가 위에서 내려다 본다면, 나의 몸도 동그란 모양을 만들고 있을 것 같다.

내가 잘 하는 것, 잘 하지 못하는 것.

길게 짧게 그렇게 동그란 모양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모두가 잘해서 일직선이 되면, 아래로 흘러갈 수 없겠지

길게 간 물은 짧게 흐르는 물을 끌고 가는 것.

끌고 가려고 더욱 힘을 내는 것

그것이 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계곡사진을 시원스레 많이 찍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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