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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비가 내린다, 떨어진다

by 발비(發飛) 2005. 7. 1.
 
 
 
비가 떨어지고 있다.
 
.
.
.
.
 
 비가 떨어지고 있다.
그 아래에서 난 두 손으로 떨어지는 비를 받치고 있다.
 
.
.
 
한 방울 떨어지는 비를 받았다.
 
내 손에 비가 담긴다.
방울로 떨어지던 비가 내 손에 담긴다.
 
비가 잔다.
내 손안에서 비가 잔다.
더는 떨어지지 않고 내 손에서 비가 잔다.
 
비가 내 손에서 떨어지지 않게
손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자고 있는 비를 본다.
내 손에서 잠든 비가 아프다.
 
이제는
 
 
.
.
 
떨어지지 말고
 
자거라
이제는 떨어지지 말고 푹 자거라
 
잘 자

 
 
 
바보!
다시 그 곳으로 가야하겠니?
이젠 아무리 뛰어 올라도 넌 갈 수 없는 곳이야.
모르겠니?
 
넌 이제 하늘에서 내려왔고, 니가 내려온 것이 아니라, 넌 떨어졌고
지금은  올라가지 못할 곳이다
시간이 필요하단 말이야.
넌 너를 날릴 시간이 필요하단 말이야.
모르겠니?
 
아무리 뛰어오르려해도 지금은 아니야
지금 막 떨어지고 있는 것들의 힘을 빌려서? 그 힘을 빼앗아서?
아니 그것도 아니야.
넌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
도와주지 않는단 말이야.
그냥 그들은 그들이고, 너는 너야
넌 지금 너의 힘으로도 올라갈 수 없고
그들의 힘을 빌어서도 올라갈 수 없단 말이야
 
제발 그냥 기다려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만약 뜨거운 햇빛이 비추기 전에 너가 흐를 수 있는 곳을 만난다면,
좀 빨리 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는 아니야
쉽게 될 수있는 방법은 그리 흔치 않거든...
이제 그만 뛰어올라라.
 
좀만이라고 말해줄께
조그만 기다려라.
언젠가는 다시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기도 솜털처럼 가벼운 공기가 되기도 할거니깐
기다리기만 하면 그런 날이 올거야,
기다려.
제발 애쓰지 말고 그냥 기다려.
알았지?
 
뛰어오르는 빗방울은 흐음이다
아직도 뛰어 오르려 하는 바보는 흐음이다
 
갈 수 없는 곳인데,
헛발질만 하고 있는게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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