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산을 반쯤 올랐습니다.
더는 계곡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산을 결정했습니다.
등산화를 샌들로 갈아신고, 아직은 마른 샌들을 계곡물에 담급니다.
다리가 부어있습니다.
이제 아주 푹 담그었습니다.
물살이 샌들 사이로 들어와 물컹거리면, 발을 맛사지해댑니다.
이렇게 살갑다니, 물이 나를 살갑게 애무해줍니다.
살가운 애무에 감동받은 난 샌들을 벗었습니다.
좀 더 물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얼른 벗어던진 샌들, 그리고 얼른 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역시 계곡물은 한 군데의 빈틈도 없이 구석구석을 만져주었습니다.
좋다.
부드러운 물길이었습니다.
계곡물길은 여전히 나에게 애무를 하지만, 시립니다.
발이 시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랑도 한 때라 시리기 시작하자 그 손길도 견디기 싫어졌습니다.
그냥 나오고 싶었습니다.
시리니까...
부드러운 손길인데도 시립니다.
아직은 물기가 남아있습니다.
물 밖으로 나온 발이 아직은 물기를 남겨두고 잠시 쉽니다.
쉬는 동안 생각합니다.
다시 그 시린 곳으로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여기서 관두어야 하나?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젠 물살이 센, 자극이 강한 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좀 부드러운 그래서 덜 시릴 것이라고 생각되는 고요한 곳으로
찾아들어갔습니다.
물은 찰랑이기만 합니다. 내 발을 움직여야 물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요한 물길 속에서는 시린 것이 없을 줄 알았는데,,,
고요함이든 격렬함이든 발이 시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시린 발로 물 속에 있기가 싫습니다.
누구는 시려도 참고 물과 함께 지내기도 하는데, 난 발이 시린것이 싫습니다.
물 밖으로 나와 물을 봅니다.
어디를 봐도 물은 시려보이지 않는데, 발이 물끄러미 물을 봅니다
물을 보기만 하면 평화로움인데,
물 안으로 들어가면 시립니다.
물 속으로 들어가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이제 완전히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발만 젖은 것이 아니라, 샌들도 젖고 옷도 젖고
시린 곳에 들어갔다가 나온 발은 한동안 얼얼했습니다.
그 후
발은 마르고, 시린 것도 사라졌지만,
샌들과 옷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 말랐습니다.
대야산 계곡산행에서의 발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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